‘습관의 힘’은 세상을 바꾸는 힘
2013년 01월 28일(월) 00:00 가가
김 정 옥
광주지방검찰청 공판부 검사
광주지방검찰청 공판부 검사
1년의 시작을 알리는 1월. 요즘 필자 마음은 새로운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지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도 가득하다. 작심 몇 주 만에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진 몸에 배어있는 나쁜 습관이 슬몃슬몃 나타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얼마 전 의문의 편지 1통을 받았다. 이름이 낯설지 않다. 봉투를 열어보니 예쁜 연하장이 들어있다. 맞춤법이 많이 틀린, 삐뚤삐뚤하게 적힌 글씨가 인상적이다. 내용은 내가 3년 전에 기소한 피의자가 교도소에서 보낸 것이었는데, 자신은 곧 사회에 복귀할 날이 다가오는데 덕분에 새로운 인생을 찾게 됐고, 사회에 복귀하면 성실히 일을 하며 살겠다는 내용이다.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기소 내용이 생각이 잘 나지 않아 확인해보니 갓 스무 살이 넘은 나이에 절도·강도·강간미수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수형자였다.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앳된 얼굴, 스포츠형 머리스타일, 머리를 푹 숙이고 말을 잘 하지 못하던 피의자였는데, 범행도 순순히 자백했고, 반성하는 듯 보였다. 부모님은 계시지 않았고 할머니와 같이 살던 중 집을 나와 이리저리 떠돌면서 생활하다가 돈이 없어서 충동적으로 절도 범행을 저질렀다.
그 후로는 습관적으로 남의 물건에 손을 대 소년보호처분을 받기를 수차례, 그 이후 재차 범행할수록 대담해져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거나 강간을 하려고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조사하던 중 그가 살아온 과정이 매우 불우했음을 알게 됐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주변의 보살핌 또한 받지 못해 사회적 규범은 물론 자신의 충동을 제어해야 하는 이유 및 방법 등에 대한 학습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어려운 이야기로 훈계를 하면 마음에 새기지 않을 것 같다. 나쁘게 행동하는 것은 이미 그의 몸에 습관처럼 배어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다가 이미 저지른 범죄에 대해 “나쁜 행동이다. 잘못한 일이다”를 아침저녁으로 되뇌어 보라고 권했다. 또 앞으로는 화가 나거나 나쁜 행동을 할 것 같은 충동이 생기면 하나, 둘, 셋을 세면서 눈을 감아보라고도 했다.(필자가 화날 때 자주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피의자에게는 스스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쉬운 방법이지 않을까 해서였다.
물론 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 지금도 위와 같은 방법을 쓰고 있을지는 알지 못하지만 몇 번이고 시도했다면 그에게는 작은 변화라도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작은 행동이 습관처럼 나쁜 행동을 일삼았던 그에게 여과장치와 같은 역할을 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지금과는 조금은 다른 길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각을 이루는 두 변의 1도 차이는 시작점은 같으나 진행할수록 그 간격이 점점 커지듯, 시간이 지나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을 가져 본다.
공판 검사인 나는 하루에도 수십여 명의 피고인을 만난다.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한 사람,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 돈을 가로챈 사람, 다른 사람을 때려 다치게 한 사람 등등. 물론 한순간의 잘못으로 피고인의 자리까지 온 사람들도 있지만, 그 중 절반 이상은 재범인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그들은 보통의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다.
그들을 보며 교통신호를 지키는 습관, 욱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습관, 술을 자제하는 습관, 거짓말하지 않는 습관 등 조금만 자신을 들여다보고 부주의하고 나쁜 습관이 발현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했더라면 저 자리에 서 있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당연히 뒤따르겠지만 나쁜 습관을 끊어내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또다시 피고인석에 설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새해는 늘 살아온 하루의 연장선상이지만, 새해를 핑계 삼아 지금까지의 잘못에 스스로 면죄부를 줄 수도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응원할 수도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의 시작이다.
새해에는 하나쯤은 좋은 습관이 더 생길 수 있도록 조금만 달라져 보자고 되뇌어 보자.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교통신호를 잘 지키는 습관처럼 어찌 보면 사소해 보이는 행동부터 시작하자.
필자는 이와 같은 개개인의 습관이 나와 내 이웃의 생명을 지키고 더 나아가 사회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얼마 전 의문의 편지 1통을 받았다. 이름이 낯설지 않다. 봉투를 열어보니 예쁜 연하장이 들어있다. 맞춤법이 많이 틀린, 삐뚤삐뚤하게 적힌 글씨가 인상적이다. 내용은 내가 3년 전에 기소한 피의자가 교도소에서 보낸 것이었는데, 자신은 곧 사회에 복귀할 날이 다가오는데 덕분에 새로운 인생을 찾게 됐고, 사회에 복귀하면 성실히 일을 하며 살겠다는 내용이다.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기소 내용이 생각이 잘 나지 않아 확인해보니 갓 스무 살이 넘은 나이에 절도·강도·강간미수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수형자였다.
조사하던 중 그가 살아온 과정이 매우 불우했음을 알게 됐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주변의 보살핌 또한 받지 못해 사회적 규범은 물론 자신의 충동을 제어해야 하는 이유 및 방법 등에 대한 학습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다가 이미 저지른 범죄에 대해 “나쁜 행동이다. 잘못한 일이다”를 아침저녁으로 되뇌어 보라고 권했다. 또 앞으로는 화가 나거나 나쁜 행동을 할 것 같은 충동이 생기면 하나, 둘, 셋을 세면서 눈을 감아보라고도 했다.(필자가 화날 때 자주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피의자에게는 스스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쉬운 방법이지 않을까 해서였다.
물론 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을지, 지금도 위와 같은 방법을 쓰고 있을지는 알지 못하지만 몇 번이고 시도했다면 그에게는 작은 변화라도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작은 행동이 습관처럼 나쁜 행동을 일삼았던 그에게 여과장치와 같은 역할을 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지금과는 조금은 다른 길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각을 이루는 두 변의 1도 차이는 시작점은 같으나 진행할수록 그 간격이 점점 커지듯, 시간이 지나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을 가져 본다.
공판 검사인 나는 하루에도 수십여 명의 피고인을 만난다.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한 사람,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 돈을 가로챈 사람, 다른 사람을 때려 다치게 한 사람 등등. 물론 한순간의 잘못으로 피고인의 자리까지 온 사람들도 있지만, 그 중 절반 이상은 재범인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그들은 보통의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다.
그들을 보며 교통신호를 지키는 습관, 욱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습관, 술을 자제하는 습관, 거짓말하지 않는 습관 등 조금만 자신을 들여다보고 부주의하고 나쁜 습관이 발현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했더라면 저 자리에 서 있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당연히 뒤따르겠지만 나쁜 습관을 끊어내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또다시 피고인석에 설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새해는 늘 살아온 하루의 연장선상이지만, 새해를 핑계 삼아 지금까지의 잘못에 스스로 면죄부를 줄 수도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응원할 수도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의 시작이다.
새해에는 하나쯤은 좋은 습관이 더 생길 수 있도록 조금만 달라져 보자고 되뇌어 보자.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교통신호를 잘 지키는 습관처럼 어찌 보면 사소해 보이는 행동부터 시작하자.
필자는 이와 같은 개개인의 습관이 나와 내 이웃의 생명을 지키고 더 나아가 사회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