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구전 민족 대서사시 … 12억 인도인 삶이자 종교
2013년 02월 04일(월) 00:00 가가
[20]3부 인도편 ④ 라마야나, 亞 신화의 모태
라마 왕자 모험과 사랑 그린 고전
2만4000 시구 신앙인 모범 그려
정치·언어·종교 모든 영역 영향
음악·연극 등 문학·예술 창작 원천
라마 왕자 모험과 사랑 그린 고전
2만4000 시구 신앙인 모범 그려
정치·언어·종교 모든 영역 영향
음악·연극 등 문학·예술 창작 원천
힌두교 7대 성지 중 한 곳인 바라나시 갠지스강의 화장터. 힌두교인들은 이곳에서 시신을 화장하기 전 ‘람 람 사테 헤’(라마신만이 유일한 진실이다)를 외치며 인생의 마지막 길도 라마신과 함께 한다. /인도 바라나시=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람 람 사테 헤’(라마신만이 유일한 진실이다)
힌두교 7대 성지 가운데 한 곳으로 유명한 바라나시의 갠지스강. 쉬바(Shiva)가 만들었다는 갠지스강에서 시신을 화장하면 인간은 고통스러운 윤회를 끝내고 열반(涅槃)에 이른다고들 한다. 강의 화장터로 이르는 여러 길에서는 매일 화장을 위해 시신을 메고 걷는 예닐곱의 운구행렬을 볼 수 있다. 행렬은 입을 맞춘 듯 소리높여 ‘람 람 사테 헤’를 외친다. 인생의 마지막 길도 ‘라마신의 뜻을 따르겠다’는 말이다.
타들어가는 아버지의 시신을 보며 어렵사리 말문을 연 아룬(Arun·38)씨는 “라마신은 힌두인들에게 삶을 어떻게 사는 지 가르쳐줬다”며 “어릴 적 아버지가 들려준 라마의 이야기는 지금도 내 인생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모든 화폐에 얼굴이 새겨질 만큼 인도를 대표하는 위인인 마하트마 간디가 임종을 맞이하며 마지막으로 했던 말도 ‘헤 람’이었다. 우리말로 “오 라마신(神)이시여”다.
쉬바와 함께 3대 신으로 추앙받는 비쉬누(Vishnu)의 화신(化身) 중 하나인 ‘라마’(람)는 힌두교인에게 단순한 숭배 대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힌두교 문화에서 람은 이상적인 왕의 상징이자 힌두문화가 추구한 인간 속의 신성을 실현한 완성형 인간인 까닭이다. 람의 행동을 좇는 것은 곧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한 수행으로 여긴다. 이 람의 일대기를 담은 이야기가 ‘라마야나’(Ramayana)다.
마하바라따와 더불어 인도의 2대 서사시인 라마야나는 기원전 3세기쯤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체 7편, 2만4000구의 시구로 이뤄졌다. 구전된 이야기를 성자 발미끼(Valmiki)가 지었다 해서 발미끼 라마야나로도 불린다. 고대 꼬샬라 왕국의 왕자였던 라마가 둘째 왕비의 계략에 의해 왕위 계승을 포기하고 숲에 살면서 악마를 물리치고 왕이 된다는 내용이다.
줄거리 안에는 인간이 가져야 할 상징적 요소가 넘쳐난다. 힌두교에서 ‘다르마’(Dharma)라고 부르는 즉, 인간의 도덕적 의무나 정의를 등장인물들은 끝없이 강조한다. 라마는 강한 힘과 악을 처벌하겠다는 의지로 악마의 왕 라와나를 처단하며 정의를 찾고, 라마의 아내가 된 시따 공주는 절대적이고 변함없는 충절과 정절(貞節)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평생 라마를 돕는 동생 바라따는 헌신의 아이콘이다. 여기에 원숭이신 하누만은 라마를 섬기며 모범적인 신앙인의 자세를 보여준다.
때문에 지역마다 관습과 다른 신화에 얽매인 12억 인도인들은 라마야나로 단합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87년부터 78주 동안 매주 일요일 오전 인도 공영방송을 통해 전역에 방영된 라마야나 드라마는 종교행위로 치부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인도 북부에서는 아예 일요일에 바깥 활동을 자제할 정도로 TV 앞으로 몰려들었고, 남부의 께랄라주에서는 주 정부가 방영시간엔 단전(斷電)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을 정도다. 람과 시따를 연기한 배우들은 마치 신처럼 숭배받으며 정치인의 길을 걷기도 했다.
설화와 신화, 역사적 요소를 넘나드는 무한한 주제는 인도 안에서도 문학과 예술 창작의 원천이 됐다. 뿐만 아니라 정치와 언어, 종교, 법률 등 거의 모든 인간의 영역에 영향력을 미쳤다. 24개 언어가 혼용되는 인도에서 모든 언어로 번역됐을 뿐만 아니라 사원의 부조, 음악, ‘람릴라’라고 부르는 연극까지 다양한 장르로 조명됐다.
샨띠니께딴 비슈와바라띠 대학의 사브즈꼴리 센(56) 철학과 교수는 “힌두교인이라면 누구나 라마야나 중 한 구절을 외우거나 좋아하는 부분을 자녀에게 들려줄 정도로 라마야나는 힌두인의 삶 자체”며 “시따가 라와나에게 납치됐을 때 람이 슬퍼하면서 계절마다 시따를 그리워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가슴이 애틋해진다”고 했다.
인도와 국경을 맞대거나 가까이 있는 주변국들도 이 신화이자 매력적인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각 나라의 종교와 민족, 문화에 맞게 변형돼 각기 다른 제목의 라마야나가 존재한다. 태국에서는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새 국왕이 스스로 라마 1세라고 칭했을 정도다. 라마야나가 주변 나라의 모태 신화가 된 것이다.
인도문화예술진흥원의 스리니바사라오 책임비서는 “라마야나는 인간을 정화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이 훌륭한 이야기가 원전 그대로 아시아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퍼지기를 고대한다”고 강조했다.
힌두교 7대 성지 가운데 한 곳으로 유명한 바라나시의 갠지스강. 쉬바(Shiva)가 만들었다는 갠지스강에서 시신을 화장하면 인간은 고통스러운 윤회를 끝내고 열반(涅槃)에 이른다고들 한다. 강의 화장터로 이르는 여러 길에서는 매일 화장을 위해 시신을 메고 걷는 예닐곱의 운구행렬을 볼 수 있다. 행렬은 입을 맞춘 듯 소리높여 ‘람 람 사테 헤’를 외친다. 인생의 마지막 길도 ‘라마신의 뜻을 따르겠다’는 말이다.
인도의 모든 화폐에 얼굴이 새겨질 만큼 인도를 대표하는 위인인 마하트마 간디가 임종을 맞이하며 마지막으로 했던 말도 ‘헤 람’이었다. 우리말로 “오 라마신(神)이시여”다.
쉬바와 함께 3대 신으로 추앙받는 비쉬누(Vishnu)의 화신(化身) 중 하나인 ‘라마’(람)는 힌두교인에게 단순한 숭배 대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힌두교 문화에서 람은 이상적인 왕의 상징이자 힌두문화가 추구한 인간 속의 신성을 실현한 완성형 인간인 까닭이다. 람의 행동을 좇는 것은 곧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한 수행으로 여긴다. 이 람의 일대기를 담은 이야기가 ‘라마야나’(Ramayana)다.
때문에 지역마다 관습과 다른 신화에 얽매인 12억 인도인들은 라마야나로 단합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87년부터 78주 동안 매주 일요일 오전 인도 공영방송을 통해 전역에 방영된 라마야나 드라마는 종교행위로 치부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인도 북부에서는 아예 일요일에 바깥 활동을 자제할 정도로 TV 앞으로 몰려들었고, 남부의 께랄라주에서는 주 정부가 방영시간엔 단전(斷電)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을 정도다. 람과 시따를 연기한 배우들은 마치 신처럼 숭배받으며 정치인의 길을 걷기도 했다.
설화와 신화, 역사적 요소를 넘나드는 무한한 주제는 인도 안에서도 문학과 예술 창작의 원천이 됐다. 뿐만 아니라 정치와 언어, 종교, 법률 등 거의 모든 인간의 영역에 영향력을 미쳤다. 24개 언어가 혼용되는 인도에서 모든 언어로 번역됐을 뿐만 아니라 사원의 부조, 음악, ‘람릴라’라고 부르는 연극까지 다양한 장르로 조명됐다.
샨띠니께딴 비슈와바라띠 대학의 사브즈꼴리 센(56) 철학과 교수는 “힌두교인이라면 누구나 라마야나 중 한 구절을 외우거나 좋아하는 부분을 자녀에게 들려줄 정도로 라마야나는 힌두인의 삶 자체”며 “시따가 라와나에게 납치됐을 때 람이 슬퍼하면서 계절마다 시따를 그리워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가슴이 애틋해진다”고 했다.
인도와 국경을 맞대거나 가까이 있는 주변국들도 이 신화이자 매력적인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각 나라의 종교와 민족, 문화에 맞게 변형돼 각기 다른 제목의 라마야나가 존재한다. 태국에서는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새 국왕이 스스로 라마 1세라고 칭했을 정도다. 라마야나가 주변 나라의 모태 신화가 된 것이다.
인도문화예술진흥원의 스리니바사라오 책임비서는 “라마야나는 인간을 정화하고,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이 훌륭한 이야기가 원전 그대로 아시아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퍼지기를 고대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