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연초에 무던히도 많은 눈이 내렸다. 눈도 많이 내린데다가 날씨까지 추워서 시내 곳곳에 빙판길이 만들어졌다.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사고가 잇따랐고, 유달리 교통사고 다발지역인 이 지역에는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전해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법정에서 교통사고 관련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다른 사건이 비해 조금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법정에 선 피고인들이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낯선 기색이 역력한 학생, 주부, 성실한 직장인, 70세가 넘도록 벌금 한 번 내지 않고 살아오신 어르신, 정말 법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선량한 시민들이 법정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누구나 쉽게, 조금만 주의를 게을리하면 저지르게 되는 범죄, 말 그대로 생활 속 범죄가 교통사고 관련 범죄인 것 같다.

교통사고로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재물을 손괴하면 당연히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그 근거법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도로교통법이다. 인사사고의 경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서, 물적 피해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도로교통법에서 각각 규정하고 있다. 두 가지 법 모두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상해 또는 재물 손괴의 피해를 줬을 때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자동차를 계속·반복해 운전하는 것에는 항상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법에서는 운전을 계속·반복할 의사로 하는 자 즉 운전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게 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미리 예견하고 이를 방지할 높은 주의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게을리할 경우 처벌한다는 것이다. 물론, 교통사고로 인적·물적 피해를 입혔다고 하더라도 모두 다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법 규정에 따라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거나 피해자와 합의하는 경우에는 사망사건이거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정한 11대 중과실(신호위반, 음주운전 등)로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람 가운데 법정에서 온 피고인 중에는 “당시 시야가 너무 어두워서라든가,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교통사고가 일어났다”며 “자신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도로교통법이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등에서 요구하는 운전자의 업무상 주의의무는 운전 중 현실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을 살피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도로 위에 잠재된 위험까지도 잘 살피고 그 잠재된 위험이 나타날 것을 대비해 이를 방지하는 조치까지 해야 하는 주의의무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야가 어두운 곳을 지나가는 운전자의 경우 가시거리 상태에 따라 차의 속도를 감속, 서행하면서 사고를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고, 노인·장애인·어린이가 도로를 횡단할 가능성이 있는 곳을 지나가는 운전자의 경우 이들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할 주의의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어겨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인정되면 ‘교통사고 야기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자동차 운전이 일상화되면서 운전하는 내내 법률이 규정한 만큼 주의의무를 다한다는 것이 피곤할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운전하는 자동차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육중한 쇳덩어리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주변에 살아가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는 조금은 피곤하더라도 교통법규를 잘 숙지하고 법률에서 규정한 주의의무를 잘 지키면서 운전해야한다.

교통사고 관련 범죄 피고인 중 “정말 할 수만 있다면 교통사고 이전의 상황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며 탄식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교통사고는 피해자에게나 가해자에게나 너무나 큰 고통을 가져다주고 평온한 일상을 깨뜨리는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인 것이다. 아직 추위는 다 가지 않았다. 언제 또 폭설이 내려 도로가 얼어붙을지 모른다. 곧 민족 대명절인 설날 연휴가 찾아온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부디 안전 운전하셔서 교통사고와 같은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고 행복한 명절,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