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지역사회에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이 있듯이 범죄에도 피해자가 있고 범죄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범죄자는 처벌을 받아야 하고 피해자는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당연한 정서이다.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방식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즈음은 무슨 범죄만 일어나면 피해자들을 위해서 그런 범죄자들은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국회에서도 당연히 특별법이나 법정형의 강화를 시도하고 있어 마치 이러한 추세가 우리나라 형법 변천의 당연한 절차인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약간 두렵기도 하지만 동전의 양면이 있듯 지역사회가 좀 더 성숙하기 위해 어두운 일면도 과감히 끌어안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기원하는 바람으로 과감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난해 군법무관을 마치고 변호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필자와 친한 형이 모임 하나를 추천했다. 무슨 모임인지 모르고 나갔는데, 나가보니 출소한 전과자의 사회복귀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후원 모임이었다.

군에서 10년 동안 군법무관 생활을 하면서 많은 젊은이를 조사하고 기소해 전과자로 만들어왔던 필자로서는 참으로 어색하고 쑥스러운 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제까지 범죄자들을 붙잡아 전과자를 만들었는데, 이제는 피고인과 의뢰인을 위해 열성적으로 변호해야 하는 변호사로서 출발하면서 출소하는 사람들을 돕는 것도 새로운 소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임에 열심히 참가하면서 조그만 도움이라도 주기 위해 필자는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범죄로 인한 비용은 약 158조원이라고 한다. 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회적응에 대한 훈련 없이 나간 일반출소자는 재범률이 52%지만 출소 후 후원을 통해 사회적응을 한 출소자의 재범률은 2.4%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만큼 사회의 지원과 관심이 출소자들의 재범에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새 삶을 열기 위한 출소자들의 노력을 도와주는 곳이 바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지만, 공단 자체만의 힘으로는 이러한 출소자들을 도와주는 것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출소자들을 도와주려는 많은 사람이 있지만 출소자는 무섭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사회의 편견은 더 많은 이들이 출소자에게 도움을 주기를 꺼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출소자 중 일부만이 겨우 공단과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이고 나머지는 이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없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11월 22일 광주 수아비스웨딩컨벤션에서 출소자 7쌍의 인생 제2막을 열어주는 ‘제28회 플라타너스결혼식’에 참석했다. 법무보호복지공단이 하는 일은 플라타너스결혼식개최뿐만 아니라 출소자의 사회성향상프로그램 실시, 숙식보호, 창업지원, 취업지원, 주거지원, 직업훈련 등 다양하다. 이러한 프로그램과 업무는 모두 범죄예방을 통한 보다 안전한 지역사회 만들기와 출소자의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건강한 시민으로의 복귀를 도모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필자는 우리 광주·전남지역사회의 시민들이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처럼 사회에 복귀하는 출소자들은 이미 자신의 죗값에 대한 사회적, 법적 처벌을 받은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출소자들에게 정신적·물질적으로 조그마한 도움을 주고 재범을 하지 않도록 한다면 지역사회는 지금보다 더 성숙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