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에 최근 최고 흥행작으로 평가되는 영화 ‘7번방의 선물’을 보고 나서 오래된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영화 1편을 떠올렸다. ‘인생은 아름다워’. 두 영화가 어린 자녀를 교도소나 수용소에 데리고 들어간다는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설정을 하고 있지만, 관객에게 웃음과 슬픔과 감동을 주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지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치에 의해 수용소로 끌려가 단란했던 평범한 가족의 행복이 풍비박산이 나고, 오직 살아남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인 수용소에서의 슬픈 이야기에 왜 하필 이러한 제목이 붙인 것인가? 그러한 상황에서도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왜 우리들은 이와 같은 영화에 감동하는 것일까?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필자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은 생각들이다.

아마도 기술의 발전은 비약적 수준으로 이어지는 현대사회에서는 사회구성원의 학력 수준과 지식 수준이 높아질수록 이에 반비례해 인간성 상실의 정도는 커져만 갈 것이다. 그 가운데 ‘인간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야말로 우리들 삶의 각박함을 완화해주는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회계층이 양극화되고, 인간과 자본의 탐욕이 빚어낸 불합리와 불의로 인해 힘들어하고, 제로섬게임과 같은 비인간적인 경쟁구조에 몸서리를 친다고 해도 우리들 삶을 버티어 가는 이유는 ‘인간적 가치에 대한 믿음’과 ‘양심’일 수도 있다.

사람은 저마다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잊고 지내거나 실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갈망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여러 가지 현실적인 조건을 핑계로 합리화하면서 행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그러한 사랑과 헌신을 실천에 옮기는 모습을 접하게 되면, 정서적 지지와 호응을 보내면서 우리들 삶을 되돌아보고 정화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도라’는 유태인이 아니면서도 자신의 삶을 가족과 함께하기로 결심하고 유태인 수용소로 들어가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귀도’는 생지옥과 같은 수용소에 끌려가고 그곳에서의 불의와 비참한 상황에서도 어린 아들에게 그것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설명하면서 끝까지 희망을 심어줬다. 심지어 독일군에게 총살당하기 직전의 극한의 상황에서조차도 생의 마지막 순간의 몸짓과 눈빛까지 온전히 어린 아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 희생을 보여주는 모습에서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숙연해지고, 심금을 울리는 장면이었다.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와 관련해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 제목의 모티브가 된 러시아의 비운의 혁명가인 레온 트로츠키의 말을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트로츠키는 멕시코에 망명해 1940년 스탈린이 보낸 암살자에게 죽음을 당하기 직전에 그 절망과 극단적인 최후의 상황에서도 “인생이 아름답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로츠키가 그와 같이 말한 이유는 세상의 불평등, 부조리, 불합리를 극복하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희생하고 실천하는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귀도’의 희생이 ‘도라’와 ‘조슈아’의 삶을 아름답게 지켜주었던 것처럼,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어린 딸 ‘예승’이를 향한 아빠 ‘이용구’의 모습, 영화 ‘레 미제라블’에서 ‘미리엘’ 신부의 조건 없는 사랑과 용서로 구원을 얻은 ‘장발장’이 ‘코제트’에게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배려하는 모습,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오스카 쉰들러’가 보여준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에서 발로한 용기와 희생의 모습, 내전으로 황폐한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헌신한 ‘이태석’ 신부의 삶의 모습.

가끔 언론에 보도되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 수많은 기부천사들의 삶의 모습들이 우리가 ‘삶이 주는 여러 가지 고통에도 불구하고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