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9월15일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은 피해아동 및 청소년 등에 대한 변호인 선임의 특례규정을 신설한 바 있다. 이 규정은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피해자 및 그 법정대리인이 형사절차상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적 조력을 보장하기 위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피해아동이나 청소년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 검사가 국선변호인을 지정, 형사절차에서 권익을 보호받을 수수 있도록 했는데, 이러한 국선변호인을 법률조력인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규정은 2012년 3월16일부터 시행돼 어느새 1년이 넘어섰다. 이에 법률조력인 제도의 시행 성과 및 개선점 등에 대하여 다각도의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평소 이 분야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법률조력인 제도의 근거법령이 마련돼 법률조력인 변호인단 모집을 할 당시 지원했고, 그 후 법무부에서 마련한 의무교육을 이수한 후 지난 1년간 6명의 피해자의 법률조력인으로 활동한 바 있다.

원래 법률조력인은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기 전 지정돼 피해자와 면담을 하고 피해자 조사 시 수사기관에 출석해 의견을 개진하는 등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부터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법률조력인 제도 시행 초기에는 법률조력인 지정이 피해자 조사가 다 끝난 이후에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필자가 지정됐던 경우도 모두 그러했다. 그러다 보니 지정된 이후 피해자나 피해자의 부모에게 연락해 보면, 이미 조사가 다 끝났는데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것을 꺼려해 법률조력인과의 면담에 소극적인 경우가 더러 있었다. 피해자에게 조사 당시 작성한 진술조서를 가지고 사무실을 방문해 줄 것을 권유했으나 그 후 방문도 하지 않고 아무런 연락도 해오지 없었다. 방문하지 않는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방문을 독촉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 이후 어떠한 조력도 하지 못한 채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법률조력인 지정서만 바라봤던 적이 있었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될 때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된다. 법률조력인 제도 또한 지난 1년 동안 많은 미비점들을 개선하여 왔고, 지정 범위도 오는 6월 19일부터 모든 성폭력 범죄 피해자로 확대될 예정이다.

법률조력인 제도가 제도적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먼저 이와 같은 제도의 존재를 널리 알려서 피해자가 법률조력인의 도움을 시의적절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피해자의 지정신청이 있거나 성폭력피해상담소의 협조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고소 단계부터 법률조력인이 나서 고소장 작성 당시부터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아직까지 고소단계에서 지정된 경우가 없는 것을 보면 제도의 홍보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또 중요한 것은 법률조력인으로 지정된 변호사의 성실성과 전문성이다. 최근 법률조력인 제도 시행평가에서 피해자들은 법률조력인으로 지정된 변호사와 연락이 어려웠던 점과 변호 의지 부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고 한다. 그리고 성폭력 피해 아동이나 청소년에 대한 면담에 있어서 전문성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법률조력인 명부에 올라가 있는 필자에게도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법률조력인으로 지정된 변호사들의 각성이 요구되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제도를 만든 정부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법률조력인의 교육 이수를 의무화할 필요성이 있다. 다행히 법률조력인 제도 시행 1주년을 맞아 다각도의 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지적된 문제점에 대한 대안도 조속히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률조력인으로 지정된 후 만난 피해자와 가족들로부터 “의지할 곳은 변호사님밖에 없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 한쪽이 묵직해 짐을 느낀다. 지금까지 법률조력인으로서의 역할이 너무나 미미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더욱 정비된 제도적 장치 아래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진정한 의지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을 다짐해본다.

/김지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