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방송국에서 방영중인 ‘먹거리 X파일’이라는 TV 프로그램의 ‘착한 식당’이라는 코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손님들의 건강을 위해 MSG를 비롯한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손님을 위하는 마음으로 깨끗한 음식을 만드는 식당을 소개하는 내용인데, 방송에 소개되는 식당은 손님들이 몰려들어 소위 대박을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민이 생각하는 검찰에 대한 이미지는 대체로 ‘무섭다, 권위적이다, 불공정하다’ 등으로 대변될 만큼 부정적이다. 법학을 전공하고 사법연수원을 거치면서 남보다 검찰을 좀 더 경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필자조차도 검찰에 들어오기 전까지 이렇게 생각했을 정도이니 일반 국민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을 듯하다. 실제 검사는 물론 검찰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 친구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시민들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로 인해 검찰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어렵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과연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국민이 원하는 ‘착한 검찰’은 불가능한 일일까?

비록 약 1년여간 짧은 기간이었지만 필자는 위 질문에 대한 해답 중 한 가지를 깨닫게 됐다. 바로 사람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다. 필자가 맡은 사건 중 차용금 사기 사건으로 고소인이 검찰에 출석해 진술할 일이 있었다. 법리적인 측면 및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피의자를 처벌하기 어려웠으나 고소인의 억울함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사건이었다.

고소인에게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면서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했다. 처음에는 피의자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화를 누그러뜨리면서 사건 처리 결과에 대해 수긍한다는 의사를 보였다. 그러더니 그동안 어느 누구도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아 억울한 심정이 쌓여 있었는데, 본인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다면서 필자 및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 단지 고소인의 억울한 점에 공감해 준 것밖에 없는데,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국민 중 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검찰에 대한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우애가 깊었던 친구 사이에 금전 문제가 발생해 서로 상대방을 고소한 사건을 맡은 적도 있었는데, 대질 신문을 위해 양 당사자가 검찰에 도착했을 당시만 해도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을 정도로 관계가 악화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건 내용 및 당사자들의 관계 등을 고려, 법리적으로 기소 여부를 따지기보다 양 당사자가 원만하게 합의하는 것이 옳겠다는 판단이 들어 수사관과 함께 양 당사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로 상대방의 잘못만을 주장하면서 타협점을 찾기 힘들었으나, 오랜 기간의 설득 끝에 서로 고소를 취하하기로 하면서 원만하게 합의가 이루어지게 되었고, 고소취하장을 작성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검찰청을 방문한 날 서로 악수를 하면서 웃으며 사무실을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게 됐다.

비록 감정이 상해 상대방을 고소했지만 당사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재판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었기에, 이러한 당사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합의를 이끌어 낸 것에 뿌듯함을 느꼈고, 당사자들이 검찰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바뀌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벌어진 검찰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 및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검찰 개혁에 대한 각종 기사를 보면서 검찰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올바르게 사용하면서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검찰 본연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사건 관계인들을 존중하며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검찰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착한 검찰’을 꿈꾸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본다.

/김춘성 광주지검 공판부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