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재판이 끝나버렸습니다. 분하고 억울합니다.”

형사사건 피해자들로부터 종종 듣는 말이다. 형사 재판에서는 판사와 검사, 피고인 및 피고인의 변호인이 소송의 대부분을 주도하고 진행해 나가게 된다. 즉 별도로 증거법상의 필요에 의해 증인신문이 이루어지는 때를 제외하고는 피해자가 소송에 참가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위와 같은 피해자들의 불만과 원성을 단순히 이유 없는 투정이라고 치부해 버리기보다는 보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요즘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말 중 하나가 ‘인권’이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를 의미하는 ‘인권’의 보호는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본원적인 가치이자 목표이다. 어느 때, 어느 장소, 어느 누구에라도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광복 이후 유신과 독재를 거쳐 급격한 민주화를 이룩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인권의 개념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변질된 경우가 많다.

검찰 수사와 관련, 오래전부터 논쟁의 대상이 되어온 뜨거운 감자는 피의자의 인권보장 문제다. 피의자의 인권보장 문제는 절차법적인 영역은 물론 증거법적인 영역으로 확대돼 끊임없이 발전돼 왔고, 우리나라의 형사소송법 등은 비교적 빠른 기간 안에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다. 이러한 현상이 지극히 바람직하고 지향돼야 함은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되기 쉬운 것이 범죄피해자의 인권에 대한 배려다. 범죄피해자는 그 자체로서 자신의 생명, 신체, 재산 등 기본권을 타인에 의해 침해당한 자이다. 그런데 형사 절차에서 이러한 범죄피해자들이 절차에서 소외되거나 피의자의 인권만 강조하다가 제2의, 제3의 인권침해를 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의 인권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는 불균형적인 상황은 피해자들에게 상실감과 박탈감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형사소송절차에서 소외된 피해자는 국가의 형벌권을 쉽게 납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사건과 관련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당사자인 피해자가 배제된 수사와 판결은 그 신뢰성 보장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근래 과거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을 위한 국선변호인의 역할만이 강조됐던 것과는 달리, 법무부를 중심으로 성폭력범죄 피해자를 위한 법률조력인 제도의 보완 및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그와 때를 같이 해 일선 검찰청에서는 기소 전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해 재판 진행과정에 관한 문자서비스를 제공하고, 특정범죄피해자에 대한 위치 확인 장치나 이전비 지원 등 신병보호를 위한 제도 등이 시행되고 있다. 법원에서도 특히 성폭력범죄 등과 관련하여 피해자의 부담을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한 소송 진행을 위해 고심하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성폭력범죄나 특정강력범죄에만 국한된 경우가 많아 피해자의 인권보장에 아직 미흡하고, 피해자 대부분이 이러한 제도들을 잘 알지 못해 권리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가 겪었던 근현대사의 어두운 부분 때문인지는 모르나, 피의자 및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피해자의 인권보장은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피해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제도들은 끊임없이 확대·보완돼야 하며, 무엇보다 범죄로 인해 상처받은 피해자를 마음으로 위로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이다.

/문선주 광주지검 형사1부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