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의 주체
2013년 07월 29일(월) 00:00 가가
요즈음 법정에는 많은 사람이 드나든다. 단순한 사건 관계자나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뿐만 아니라 법원이 시행하는 소통 행사의 일환으로 시민이나 학생들의 법정방청이 많아졌다. 때로 재판진행에 여유가 있는 날이면 법정에 방문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갖게 되는데, 그들로부터 많이 받게 되는 질문 중 하나는 판사로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머릿속에서 불현듯 ‘근무지를 자주 옮긴다는 점인가’, ‘사건이 많아 야근을 많이 한다고 해야 하나’, ‘급여가 생각보다는 적은 것이 어려운가’ 등의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하지만, 판사로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개별 사건에서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일과 그에 대한 고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형사 재판에서는 실체적 진실을 확정하는 문제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그래서 판사는 때로는 피고인이 자백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이 다른 사람의 죄를 대신 짊어지려고 하는 허위자백이 아닌지에 관하여 살펴보게 되고,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다른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여야 하는지 여부도 고민을 하게 된다. 특히 후자의 경우 중에 사건 관계자들이 사실관계에 대하여 극렬히 다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요즈음 CCTV나 블랙박스 영상, 유전자 검사와 같은 객관적인 자료가 많이 생기고 중요한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계약서와 같은 서면을 작성하는 일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둘만 있었던 곳에서 은밀하게 발생했던 사실이나 그들 사이에 오갔던 대화 내용 등은 그곳에 있지 않았던 판사로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어 그러한 사실을 확정해야 할 때면 판사로서는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때면 정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관심법이나 과거를 읽어낼 수 있는 힘인 싸이코메트리의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미 없는 생각이 드는 것은, 판사도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는 드는 생각일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재판을 마치고 판결을 선고할 경우, 판사가 마치 그곳에 있어서 모든 것을 보았던 것처럼 확신에 찬 어투로 피고인의 주장이 잘못되었다고 하여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피고인에게 판사는 신이 아니어서 그 장면을 볼 수는 없었지만 제3자적 입장에서 보았을 때 다른 정황에 비추어 합리적 의심 없이 피고인이 범행을 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피고인이 판사였더라도 같은 판단을 하였을 것이라는 취지로 피고인을 설득하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갈등을 하게 되고, 선고를 한 후에도 혹시 내가 잘못 판단하지 않았을까 라는 부담감을 느끼며 상소심의 결과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하게 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고민 속에서도 분명한 것은 재판이라고 하는 것, 그리고 그를 통한 실체 진실의 발견이라고 하는 것은 결코 판사 만에 의해서는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점이다. 사실 판사는 사건에 관하여 가장 알 수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진실의 발견 측면에서만 보면 판사에 의한 재판은 비효율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판사는 사안에 대하여 이해관계가 없는 만큼 제3자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고, 숙련된 방법으로 사건관계인으로 하여금 최대한 실체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그와 같은 전제에서 보면, 판사나 검사뿐만 아니라 피고인, 그리고 법정에 출석하는 증인과 같은 제3자 역시 모두 절차적 정의를 통하여 진실을 발견해 나가는 주체가 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2007년 형사소송법의 개정을 통하여 해방 후 60여 년이나 계속되어 오던 방식을 바꾸어 피고인의 좌석을 검사와 서로 마주보도록 대등하게 바꾸고, 맨 처음 시행하던 피고인에 대한 신문을 모든 증거 조사를 마친 후 마지막에 시행하도록 한 것도 단순한 자리 변경이나 신문 순서를 변경한 의미가 아니라 진실 발견의 주체로서의 피고인의 지위를 확인하는 의미여서 결코 가볍게 취급할 것이 아니다.
이러한 생각이 들 때면 바쁜 생활에 종사하는 증인이 법정에까지 나와 증언하는 것에 대하여 고마움을 느끼게 되고, 출석한 증인에게는 형사재판에서의 증인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설명과 함께 출석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게 되며, 그 후 증인 역시 사명감을 가지고 증언을 하게 되었을 경우 진실 발견에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됨을 종종 느끼게 된다.
다시 처음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돌아가자면, 질문자에게는 이러한 답변과 함께 다시 법정에서 만나게 되면 좋지 않은 일로 만나게 될 가능성이 많으니 다시는 서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하면서도, 만약 증인이나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으로 선정되는 경우 그것은 법원이 하는 절차의 객체로 부른 것이 아니라 진실 발견에 참여하여 재판의 주체가 되는 것이니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여 줄 것을 당부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게 된다.
무더운 여름, 법정은 항상 공개되어 있으므로 어느 날 시간이 있을 때 방청을 와서 법원, 소송관계인들이 함께하는 실체진실의 발견 과정을 함께하여 보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럽게 권유하여 본다.
/장재용 광주지법 형사5단독 판사
특히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형사 재판에서는 실체적 진실을 확정하는 문제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그래서 판사는 때로는 피고인이 자백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이 다른 사람의 죄를 대신 짊어지려고 하는 허위자백이 아닌지에 관하여 살펴보게 되고,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다른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여야 하는지 여부도 고민을 하게 된다. 특히 후자의 경우 중에 사건 관계자들이 사실관계에 대하여 극렬히 다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요즈음 CCTV나 블랙박스 영상, 유전자 검사와 같은 객관적인 자료가 많이 생기고 중요한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계약서와 같은 서면을 작성하는 일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둘만 있었던 곳에서 은밀하게 발생했던 사실이나 그들 사이에 오갔던 대화 내용 등은 그곳에 있지 않았던 판사로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어 그러한 사실을 확정해야 할 때면 판사로서는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고민 속에서도 분명한 것은 재판이라고 하는 것, 그리고 그를 통한 실체 진실의 발견이라고 하는 것은 결코 판사 만에 의해서는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점이다. 사실 판사는 사건에 관하여 가장 알 수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진실의 발견 측면에서만 보면 판사에 의한 재판은 비효율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판사는 사안에 대하여 이해관계가 없는 만큼 제3자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고, 숙련된 방법으로 사건관계인으로 하여금 최대한 실체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그와 같은 전제에서 보면, 판사나 검사뿐만 아니라 피고인, 그리고 법정에 출석하는 증인과 같은 제3자 역시 모두 절차적 정의를 통하여 진실을 발견해 나가는 주체가 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2007년 형사소송법의 개정을 통하여 해방 후 60여 년이나 계속되어 오던 방식을 바꾸어 피고인의 좌석을 검사와 서로 마주보도록 대등하게 바꾸고, 맨 처음 시행하던 피고인에 대한 신문을 모든 증거 조사를 마친 후 마지막에 시행하도록 한 것도 단순한 자리 변경이나 신문 순서를 변경한 의미가 아니라 진실 발견의 주체로서의 피고인의 지위를 확인하는 의미여서 결코 가볍게 취급할 것이 아니다.
이러한 생각이 들 때면 바쁜 생활에 종사하는 증인이 법정에까지 나와 증언하는 것에 대하여 고마움을 느끼게 되고, 출석한 증인에게는 형사재판에서의 증인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설명과 함께 출석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게 되며, 그 후 증인 역시 사명감을 가지고 증언을 하게 되었을 경우 진실 발견에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됨을 종종 느끼게 된다.
다시 처음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돌아가자면, 질문자에게는 이러한 답변과 함께 다시 법정에서 만나게 되면 좋지 않은 일로 만나게 될 가능성이 많으니 다시는 서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하면서도, 만약 증인이나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으로 선정되는 경우 그것은 법원이 하는 절차의 객체로 부른 것이 아니라 진실 발견에 참여하여 재판의 주체가 되는 것이니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여 줄 것을 당부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게 된다.
무더운 여름, 법정은 항상 공개되어 있으므로 어느 날 시간이 있을 때 방청을 와서 법원, 소송관계인들이 함께하는 실체진실의 발견 과정을 함께하여 보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럽게 권유하여 본다.
/장재용 광주지법 형사5단독 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