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곧 그 사람이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뿐 아니라 모든 것을 나타낸다.

선거과정에서 정치인들의 토론회를 국민이 진지하게 지켜보는 이유도 그 사람이 얼마나 말을 잘하는지를 보고자 함이다. 말을 잘한다고 해서 반드시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의 능력을 검증해보지 못한 상황에서는 일단, 그 사람이 말하는 모습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말 잘하기의 중요성은 정치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직장에서의 회식자리는 물론이고 각종 모임에서의 술자리에서 건배사를 많이 하게 되는데 이때도 멋진 건배사를 하는 사람이 능력있어 보이고 인기가 좋다.

그런데 우리는 말 잘하기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고 말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더 근본적인 중요한 덕목이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그 중요한 덕목이 무엇일까?

바로, 대화의 기본자세로서 ‘경청’하는 자세와 겸손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다.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면서 내렸던 휘호가 바로 ‘경청’이었다고 한다. 수없이 많은 말을 해야 하는 지위에 있었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를 휘호까지 내리면서 강조했던 것이다.

경청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알 수가 없고 그 대화는 결국 아무런 의미를 남길 수가 없다. 오히려 상대방에게 자신의 말만 많이 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결코 좋은 인상을 줄 수가 없다.

필자는 변호사로서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고 주변에서도 변호사이기 때문에 말을 잘 할 것이라고 짐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직업적으로 의뢰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말로 다투거나 변론하는데 익숙하지만 그것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할 것이고 강약 조절도 해야함은 당연하다.

그리고 변호사가 변론을 잘하거나 말을 잘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있는데 비록 장황하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의뢰인의 고민을 잘 경청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사건의 쟁점을 정확하게 놓치지 않고 파악할 수 있으며 의뢰인이 후련함을 느낄 수 있도록 변론할 수 있다.

말이 너무 많다고, 그래서 경박하고 그 대화가 지루하다고 비난하는 일은 있어도 내 말을 너무 잘 듣는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화중에 상대방이 묻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데 자기 자랑에 열중하고 정말 눈치도 없이 장황하고 길게 얘기하며 심지어는 큰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말을 중간에 가로막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러한 사람들은 대부분 겸손의 미덕도 없는 경우가 많다.

경청하는 자세야말로 겸양의 미덕을 갖추는 것이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기본 자세이다. 서로 경청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으면 그 대화가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인터넷기사를 검색하다 보면 댓글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한마디로 정말 아수라장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논리적인 반박을 넘어서 시비를 걸고 인신공격까지 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지역감정까지 조장하며 우리 지역을 폄하하거나 비아냥거리는 경우도 많다.

바로, 대화의 기본자세가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경청하는 자세로 겸손의 미덕을 배우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줄 줄 아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