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 카레니나 법칙’과 소년범 처분
2013년 09월 02일(월) 00:00 가가
이영준
광주지검 형사1부 검사
광주지검 형사1부 검사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네 카레니나’에 나오는 첫 문장이다.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가 퓰리처상을 받은 그의 저서 ‘총, 균, 쇠’에서 언급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말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 문장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이 문장에서 톨스토이가 말하려고 했던 것은, 결혼 생활이 행복해지려면 수많은 요소들이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서로 성적 매력을 느껴야 하고 돈, 자녀 교육, 종교, 인척 등등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행복에 필요한 이 중요한 요소들 중에서 한 가지라도 어긋난다면 그 나머지 요소들이 모두 성립하더라도 그 결혼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 법칙을 확대하면 결혼 생활뿐 아니라 인생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는 흔히 성공에 대해 한 가지 요소만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설명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중요한 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수많은 실패 원인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를 ‘안네 카레니나 법칙’이라 명명하고 이 법칙을 통해 인류사의 여러 현상에 관해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인생에 대한 통찰을 단 한 줄의 문장에 담아낸 톨스토이도 대단하거니와 이를 해석하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탁견 역시 놀라울 따름이다.
필자는 광주지검에서 소년범 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수많은 소년범을 접해 보면 이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져든 배경에 학업, 성행, 가정환경, 교우관계, 경제적 사정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년법은 제1조에서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는 것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여 소년범에 대해서는 처벌보다는 교화개선이 법의 목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성장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천편일률적인 처벌이나 교육보다는 개개인의 특성과 환경에 맞는 다양한 처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년범의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하여 검찰에서는 오래전부터 ‘처분 다양화’ 방안을 마련하여 적극 시행해 오고 있다. 즉 소년법상 ‘검사 결정 전 조사제도’를 통해 대상 소년범의 품행·경력·생활환경·신체 및 정신건강 상태 등을 상세히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소년범을 개선·교화하는데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게 된다. 예컨대 기소유예 처분 시 법무부 산하 청소년비행예방센터 교육 이수, 예술치료, 봉사활동 참여, 범죄예방위원 관리감독 등을 선별해서 부과하거나 소년부송치, 구속·불구속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도 소년범의 특성과 환경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를 좀더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검사 결정 전 교사의견청취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즉, 중·고교에 재학 중인 소년범의 경우 담임교사에게 대상학생의 평소 성격, 학업성취도, 학부모 면담 결과 및 교사의 종합적 의견을 묻고 이를 검사의 결정에 반영하는 제도다. 검찰로서는 학생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받아 적절한 사건처리에 도움이 되고, 학교는 형사 절차에의 교사 참여로 학생 생활지도 및 교권신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다.
필자도 제도 시행 후 지금까지 총 100여건의 교사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해당 사건에 적극 반영한 바 있다. 다양한 교사의견을 청취하면서 느낀 소감은 아직도 우리 교단에는 학생지도에 열정을 갖고 있는 많은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이다.
소설에서 ‘안나 카레니나’는 유명 정치가와 결혼하여 8살 난 아들을 둔 1870년대 러시아 사교계의 꽃으로 돈과 명예, 그리고 타고난 미모까지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사는 여자였지만 젊은 장교와의 불륜 끝에 결국 달리는 기차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안나 카레니나 법칙’을 언급하면서 그 마지막을 다음과 같은 성경구절로 매듭짓고 있다.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많지만 뽑히는 사람은 적다.”(마태복음 22장 14절)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유지하는 수많은 조건을 충족시키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이리라.
필자가 만나 본 소년범들이 장차 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성장하려면 역시 많은 조건의 충족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각계의 끊임없는 노력과 관심, 격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광주지검은 광주시·전남도교육청과 3자 업무협약을 맺고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준법생활학교 운영, 학교폭력 피해학생 지원활동, 학교폭력 예방교육 연수 등 6개 항목에 상호 협력하기로 하였다. 그 첫 작품으로 지난달 말 전남교육청이 운영하는 희망캠프에 청소년 20명의 교육을 위탁하고 2박3일 동안 품성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이러한 노력은 검찰과 지역사회가 손잡고 우리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작은 시도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검찰과 지역사회가 연대하여 청소년 비행에 관한 적절한 예방과 대책이 될 수 있는 좋은 시도들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 문장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필자는 광주지검에서 소년범 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수많은 소년범을 접해 보면 이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져든 배경에 학업, 성행, 가정환경, 교우관계, 경제적 사정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년법은 제1조에서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는 것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여 소년범에 대해서는 처벌보다는 교화개선이 법의 목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성장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천편일률적인 처벌이나 교육보다는 개개인의 특성과 환경에 맞는 다양한 처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도 소년범의 특성과 환경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를 좀더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검사 결정 전 교사의견청취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즉, 중·고교에 재학 중인 소년범의 경우 담임교사에게 대상학생의 평소 성격, 학업성취도, 학부모 면담 결과 및 교사의 종합적 의견을 묻고 이를 검사의 결정에 반영하는 제도다. 검찰로서는 학생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받아 적절한 사건처리에 도움이 되고, 학교는 형사 절차에의 교사 참여로 학생 생활지도 및 교권신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다.
필자도 제도 시행 후 지금까지 총 100여건의 교사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해당 사건에 적극 반영한 바 있다. 다양한 교사의견을 청취하면서 느낀 소감은 아직도 우리 교단에는 학생지도에 열정을 갖고 있는 많은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이다.
소설에서 ‘안나 카레니나’는 유명 정치가와 결혼하여 8살 난 아들을 둔 1870년대 러시아 사교계의 꽃으로 돈과 명예, 그리고 타고난 미모까지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사는 여자였지만 젊은 장교와의 불륜 끝에 결국 달리는 기차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안나 카레니나 법칙’을 언급하면서 그 마지막을 다음과 같은 성경구절로 매듭짓고 있다.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많지만 뽑히는 사람은 적다.”(마태복음 22장 14절)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유지하는 수많은 조건을 충족시키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이리라.
필자가 만나 본 소년범들이 장차 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성장하려면 역시 많은 조건의 충족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각계의 끊임없는 노력과 관심, 격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광주지검은 광주시·전남도교육청과 3자 업무협약을 맺고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준법생활학교 운영, 학교폭력 피해학생 지원활동, 학교폭력 예방교육 연수 등 6개 항목에 상호 협력하기로 하였다. 그 첫 작품으로 지난달 말 전남교육청이 운영하는 희망캠프에 청소년 20명의 교육을 위탁하고 2박3일 동안 품성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이러한 노력은 검찰과 지역사회가 손잡고 우리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작은 시도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검찰과 지역사회가 연대하여 청소년 비행에 관한 적절한 예방과 대책이 될 수 있는 좋은 시도들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