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검사로 근무하다 공판검사로서 법정에 출석한 지 대략 20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공판검사로 재판 때 법정에 출석하다 보니 여러 피고인과 참고인들을 법정에서 만나게 된다. 그 중에는 얼마 전까지 수사검사로서 검사실에서 만났던 피고인이나 참고인들도 여럿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검사실에서는 자신이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자신을 믿어달라고 이야기하였던 피고인이 법정에 와서는 그 태도를 바꾸어 자백하기도 하고, 참고인 역시 그 진술 내용을 바꾸는 경우도 생긴다. 물론 그 반대로 검사실에서는 모두 인정하면서 자백하였던 피고인이 법정에 와서는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들 나름대로 이유는 있는 것이겠지만, 그들이 기소 직전까지 검사 앞에서 하였던 이전 진술들과 법정에서의 진술을 함께 살펴보고 있자면, 한편으로는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여러 증거들을 고려할 때 명백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피고인이나 참고인, 그리고 이에 동조하는 주장을 하는 변호인들 사이에서 이를 바로 잡아보려고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의 톤이 조금 올라가기도 한다.

현재 법원이 추구하고 있는 이른바 ‘공판중심주의’ 재판방식은 법원이 공개된 법정에서 조사한 증거를 바탕으로 형성된 법관의 심증을 토대로 실체진실을 밝히고 피고인의 유무죄 및 양형에 관한 판단을 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수사기관에서의 기존 진술이 어떠하였는지 미리 재판장이 알지 못하고, 또 일부 증거는 법정에 제출될 수 없는 경우도 생기니, 피고인이나 참고인들이 거짓진술을 통해 자신의 죄를 모면해보려는 경우들이 종종 있게 된다. 이러니 재판이 끝나고 공판검사실로 돌아와 보면, 어느 공판검사에게는 형사 피해자가 전화하여 “법정에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는데 왜 그냥 두느냐”며 항의하기도 한다.

공판중심주의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거짓진술을 하는 피고인이나 참고인들에 대한 보다 엄중한 처벌이 당연히 전제되어야 한다. “거짓말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가 법정에서도 당연히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법정에서의 허위 진술은 재판장으로 하여금 법정에서 이루어진 진술들을 그대로 신뢰하지 못하고 그 신빙성을 따져 다시 엄격히 사실관계를 가려내야하는 등의 업무를 부담하게 한다. 이로 인해 법관의 오판을 이끌어 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그릇된 결론에 이르게 할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또 법정에서 이루어진 진술을 배척하고 그와 다른 결론이 나왔을 때 정확한 사실관계를 모르는 국민에게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허위진술자를 엄벌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선배 검사 분들과 이야기해보면 지금의 공판은 예전과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이에 적절히 대처하면서 검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검사들의 부단한 노력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형사사법 제도의 완비가 함께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일치한다. 공판에서의 허위 진술에 대한 엄중한 처벌 역시 완비되어야 하는 제도 중에 하나일 것이다.

검사실에서 피고인을 바라보던 때와 법정의 검사석에서 피고인을 바라보는 지금은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검사실에서는 쉽게 듣지 못하였던 피고인 가족의 애틋한 어려운 사정에 함께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구속되어 있던 중에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을 털어놓는 피고인의 반성에,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였다.

천수경에 ‘백겁적집죄(百劫積集罪) 일념돈탕진(一念頓蕩盡)’이라는 문구가 있다. “백겁 동안 쌓아온 죄도 한 생각으로 다 없어진다”는 뜻인데, 종교를 떠나, 광주지방법원 형사법정에 선 모든 피고인들이 참회하는 반성을 통해 천수경의 이 문구처럼 그동안의 과업이 전부 함께 사라져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