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법률가의 죽음
2013년 09월 30일(월) 00:00 가가
박 재 형
순천지원 민사3단독 판사
순천지원 민사3단독 판사
1992년 5월 23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는 최대 도시 팔레르모와 공항을 잇는 고속도로에서 큰 폭발사고가 발생하였다. 바로 원격제어되는 500kg의 폭발물이 폭발한 것이었다. 이 폭발은 지역기상청에 설치된 지진계에 감지될 정도로 강력하였는데, 이 사고로 5명이 탑승하고 있던 승용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탑승자는 당시 이탈리아 마피아에게 저승사자와도 같았던 지오반니 팔코네(Giovanni Falcone), 그의 처, 3명의 경호원이었다.
지오반니 팔코네는 1939년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는 팔레르모의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화학공장의 책임자를 맡고 있었는데, 평소 아들에게 노동의 중요성과 용감함, 애국심을 강조하였고, 아버지의 기대에 걸맞게 어린 팔코네는 학교에서 자신보다 더 큰 아이가 자신의 친구들을 괴롭힐 때 용감하게 맞서 싸우는 아이로 자라났다. 팔코네가 어린 시절 사귀었던 친구들 중에는 훗날 마피아 조직의 악명높은 살인자가 된 친구도 있었을 정도로 당시 마피아는 지역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팔코네는 팔레르모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1961년에 변호사로서 법률가로서의 첫걸음을 시작하였으며, 1964년에는 판사로 임명되었다. 그 후 치안법원, 지방검찰청, 파산법원 등지에서 일하다가 1980년 팔레르모 검찰청의 수사팀에 합류함으로써 비로소 마피아를 상대로 한 기약 없는 전쟁에 뛰어들게 되었다.(이탈리아는 사법부를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최고사법회의를 설립하였는데, 이 기구 아래 법원과 검찰이 있으며, 판사와 검사는 상호교류가 가능하다.)
당시에는 수사를 지휘하던 책임검사를 포함하여 체포영장을 발부한 판사까지 마피아에 의해 암살될 정도로 마피아는 사법부에 조직적으로 저항하였는데, 팔코네는 그런 위험성에도 아랑곳없이 자신의 첫 번째 마피아 사건, 즉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원 55명과 미국 범죄조직이 연관된 국제 마약밀매 사건을 성공리에 처리하였다.
그와 같은 팔코네의 성공은 마피아에게 눈엣가시가 되었다. 그가 결혼식을 올릴 때 테러 위험 때문에 사전에 공지된 장소에서 친척들과 친구들을 초대하여 결혼식을 올릴 수 없었고, 단지 주례와 신랑, 신부만 참석하는 조촐한 결혼식을 할 수밖에 없었을 정도였다.
팔코네를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한 명으로 만든 사건은 바로 1986년 마피아 조직원 474명을 기소한 사건이다.(이른바 Maxi Case, 우리말로 초대형 사건으로 번역할 수 있다) 당시까지 마피아 조직의 계보가 명확하게 드러난 바가 없었는데, 팔코네는 토마소 부스체타라는 마피아 핵심 조직원으로부터 핵심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재판은 1000명의 증인과 100명의 변호사가 참여하고, 공소장만 40권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다.
재판에서 토마소 부스체타의 증언이 핵심 증거로 채택되었고, 결국 474명 중 334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마피아 핵심 보스들에게는 종신형이, 나머지 조직원들에게는 총 합계 2665년의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팔코네에게도 힘든 시간이 시작되었다. 마피아를 법정에 세우는 일을 방해하는 공작이 대대적으로 시작되었는데, 1991년 팔코네는 그가 주로 활약하던 팔레르모를 떠나 로마로 부서를 옮기게 되었다.
그가 로마에서 한 일은 이탈리아 형사법 체계를 손보는 것이었는데, 그의 노력으로 마피아와 싸우기 위한 전국적 규모의 조직이 마련되었다. 결과적으로 팔코네가 로마에서 한 일은 진정한 사법개혁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매우 성공적이었고, 마피아는 팔레르모에 있던 팔코네보다 로마에 있는 팔코네가 더 위험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마피아의 우두머리, 살바토레 리나는 팔코네의 암살을 지시하였다. 암살 지시를 받은 마피아 조직원 지오반니 브루스카는 1992년 5월 23일 원격조종장치를 이용하여 500킬로그램의 폭발물을 폭발시켰다.
팔코네의 장례식은 수많은 애도인파를 모았고, TV로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의회는 애도의 날을 선포하였다. 그러나 팔코네의 죽음은 마침내 마피아에 대한 강력한 소탕으로 귀결되었는데, 그의 암살을 지시한 살바토레 리나는 물론 암살을 직접 저지른 지오반니 브루스카까지 체포되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팔레르모 국제공항은 팔코네와 그의 절친하였던 동료 판사 보르셀리노(Borsellino, 팔코네가 암살되고 나서 두 달 후에 폭탄 테러로 사망함)를 기념하기 위하여 팔코네-보르셀리노 공항(Falcone-Borsellino Airport)으로 명명되었다. 또한 그의 노력을 기념하고자 용감한 시민을 위한 금메달이 1992년 제정되었고, 지금까지도 이탈리아 국민에게 팔코네는 영원한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솔직히 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팔코네’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우연하게 ‘세기의 재판 50선’이라는 책을 읽던 중, 팔코네가 주도하였던 초대형 마피아 재판이 50개의 재판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피아를 소탕하던 그가 역설적으로 마피아의 테러로 사망하였다는 다소 충격적인 결론을 접하고, 같은 법률가의 직업을 가진 필자로서는 그의 개인적인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여러 자료를 조사하고 관련 글을 더 찾아 그의 삶을 짧은 지면이나마 소개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피아가 장악하고 있던 시칠리아 섬에서 태어나 법률가가 되어 정의를 위하여 기약 없는 마피아와의 전쟁을 주도하다가 결국 그들의 손에 목숨을 잃고 만 팔코네. 불굴의 신념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자신의 삶을 바친 팔코네야 말로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법률가일 것이다. 가끔은 많은 업무로 힘들다고 느낄 때,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팔코네는 팔레르모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1961년에 변호사로서 법률가로서의 첫걸음을 시작하였으며, 1964년에는 판사로 임명되었다. 그 후 치안법원, 지방검찰청, 파산법원 등지에서 일하다가 1980년 팔레르모 검찰청의 수사팀에 합류함으로써 비로소 마피아를 상대로 한 기약 없는 전쟁에 뛰어들게 되었다.(이탈리아는 사법부를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최고사법회의를 설립하였는데, 이 기구 아래 법원과 검찰이 있으며, 판사와 검사는 상호교류가 가능하다.)
팔코네를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한 명으로 만든 사건은 바로 1986년 마피아 조직원 474명을 기소한 사건이다.(이른바 Maxi Case, 우리말로 초대형 사건으로 번역할 수 있다) 당시까지 마피아 조직의 계보가 명확하게 드러난 바가 없었는데, 팔코네는 토마소 부스체타라는 마피아 핵심 조직원으로부터 핵심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재판은 1000명의 증인과 100명의 변호사가 참여하고, 공소장만 40권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다.
재판에서 토마소 부스체타의 증언이 핵심 증거로 채택되었고, 결국 474명 중 334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마피아 핵심 보스들에게는 종신형이, 나머지 조직원들에게는 총 합계 2665년의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팔코네에게도 힘든 시간이 시작되었다. 마피아를 법정에 세우는 일을 방해하는 공작이 대대적으로 시작되었는데, 1991년 팔코네는 그가 주로 활약하던 팔레르모를 떠나 로마로 부서를 옮기게 되었다.
그가 로마에서 한 일은 이탈리아 형사법 체계를 손보는 것이었는데, 그의 노력으로 마피아와 싸우기 위한 전국적 규모의 조직이 마련되었다. 결과적으로 팔코네가 로마에서 한 일은 진정한 사법개혁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매우 성공적이었고, 마피아는 팔레르모에 있던 팔코네보다 로마에 있는 팔코네가 더 위험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마피아의 우두머리, 살바토레 리나는 팔코네의 암살을 지시하였다. 암살 지시를 받은 마피아 조직원 지오반니 브루스카는 1992년 5월 23일 원격조종장치를 이용하여 500킬로그램의 폭발물을 폭발시켰다.
팔코네의 장례식은 수많은 애도인파를 모았고, TV로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의회는 애도의 날을 선포하였다. 그러나 팔코네의 죽음은 마침내 마피아에 대한 강력한 소탕으로 귀결되었는데, 그의 암살을 지시한 살바토레 리나는 물론 암살을 직접 저지른 지오반니 브루스카까지 체포되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팔레르모 국제공항은 팔코네와 그의 절친하였던 동료 판사 보르셀리노(Borsellino, 팔코네가 암살되고 나서 두 달 후에 폭탄 테러로 사망함)를 기념하기 위하여 팔코네-보르셀리노 공항(Falcone-Borsellino Airport)으로 명명되었다. 또한 그의 노력을 기념하고자 용감한 시민을 위한 금메달이 1992년 제정되었고, 지금까지도 이탈리아 국민에게 팔코네는 영원한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솔직히 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팔코네’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우연하게 ‘세기의 재판 50선’이라는 책을 읽던 중, 팔코네가 주도하였던 초대형 마피아 재판이 50개의 재판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피아를 소탕하던 그가 역설적으로 마피아의 테러로 사망하였다는 다소 충격적인 결론을 접하고, 같은 법률가의 직업을 가진 필자로서는 그의 개인적인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여러 자료를 조사하고 관련 글을 더 찾아 그의 삶을 짧은 지면이나마 소개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피아가 장악하고 있던 시칠리아 섬에서 태어나 법률가가 되어 정의를 위하여 기약 없는 마피아와의 전쟁을 주도하다가 결국 그들의 손에 목숨을 잃고 만 팔코네. 불굴의 신념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자신의 삶을 바친 팔코네야 말로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법률가일 것이다. 가끔은 많은 업무로 힘들다고 느낄 때,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