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공중파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를 즐겨보고 있다. 서로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부모의 재혼으로 한 가족이 된 4남매가 갈등을 극복하고 진정한 가족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극중 4남매의 맏이인 남자 주인공은 약 10년 전, 새어머니의 아들인 동생이 동급생을 때려 숨지게 한 장면을 목격하고, 남동생을 대신해 살인범인임을 자처하며 교도소에서 10년 동안 복역했다. 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됐고, 그 여인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면서 제2의 멋진 인생을 막 꿈꾸게 된다. 그러나 그가 살인 전과자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서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남자주인공이 대신 살인죄를 짊어졌던 남동생은 정의로운 검사가 됐고, 남자주인공과 그가 사랑하는 여인 사이를 질투하는 변호사가 악역으로 등장한다. 그 변호사는 남자주인공이 살인 전과자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면서 남자주인공의 성공과 사랑을 방해하게 되는데, 필자는 쓴 입맛을 다시면서도 드라마에 몰입한 바 있다.

살인전과자라는 사실은 사사건건 남자주인공의 발목을 잡고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 같은 기세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는 동안, 그의 속칭 ‘빨간 줄’은 그가 공무원이 되지 못하게 막을 것이고, 사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어렵게 할 것이며, 국가유공자의 혜택도 박탈할 뿐만 아니라 이름을 바꾸는 것도 힘들게 할 것이다.

약 200년 전 장발장도 전과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름까지 바꾸고 시장이 됐지만, 그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추락하지 않았던가.

일정한 지위와 혜택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으로서 전과(前科) 유무가 하나의 자격이 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을 만나보면 우리 사회가 전과자에 대해 과장된 공포감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매스컴을 통해 투영되는 범죄자가 대부분 흉악범인데다 모자와 마스크, 수갑 등이 정체 모를 공포감을 증폭시키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최근 성남 보호관찰소 이전 문제로 지역주민과 마찰이 빚어진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성남에서 문제가 되니 다른 지역 주민들도 보호관찰소 이전에 반기를 들고 목소리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보호관찰소 주변이 오히려 다른 지역에 비해 범죄율이 낮다는 통계가 보고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형사사건 국선전담 변호사이기 때문에 접견을 위해 교도소를 자주 드나들고 형사 피고인을 자주 접하는 필자에게, 사람들은 무섭지 않으냐고 묻는다. 무섭지 않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과 실수로 범죄를 저질렀지만, 그들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굴을 가진 한 가정의 아버지, 어머니, 또는 형제, 자매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과자에게 재범의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필자도 형사 기록을 볼 때 범죄경력을 중요한 자료로 여기고 있고, 전과 자료를 보면서 그 사람의 살아온 과정을 유추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전과자의 재범이 개개인의 성향에서 비롯된 경우도 간혹 있지만, 사회의 편향된 시선과 냉대, 가족의 외면, 법률의 부지, 빈곤, 제도의 미비로 인한 경우도 많다.

전과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아니고, 개인의 노력과 사회의 관심과 포용이 결합하면 재범의 우려와 함께 극복될 수 있는 대상이다. 전과자를 바라보는 편향된 시선을 조금만 이동시켜보면, 전과자가 아닌 무색투명한 한 명의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그들은 필자가 매일 만나서 웃고 우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