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육아로 인하여 1년에 한번 영화보기도 어려운 생활을 하다가 요즈음 주1회 영화를 볼 수 있는 작은 여유 시간이 생겼다. 바로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밤, 근무처인 광주에서 집으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의 3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다. 비록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을 보면서 이어폰으로 듣는 것이지만 점점 메말라 가는 감성을 충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작은 만(灣)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 저택의 초록 불빛을 응시하던 제이 개츠비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낭만적이던, 그러나 그만큼 더 슬퍼 보이던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얼마 전 보았다. 미국 작가 F. 스콧 핏츠제럴드의 소설을 영화화 한 이 작품은 그 배경이 1920년대의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개츠비 역)를 비롯하여 캐리 멀리건(데이지 뷰캐넌 역), 토비 맥과이어(닉 캐러웨이 역) 등 배우들의 열연에 현대적 감각에 맞춘 음악과 편집의 힘이 더해져 감상하는 내내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건너편 저택에 살고 있는 사람은 개츠비가 사랑하는 데이지 뷰캐넌. 개츠비는 이미 다른 남자(톰 뷰캐넌)와 결혼한 옛 연인 데이지를 잊지 못해 데이지의 저택 맞은편에 커다란 저택을 지어 놓고 매일 밤 성대한 파티를 열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자신의 이웃이자 데이지의 사촌인 닉 캐러웨이의 도움으로 데이지를 다시 만나게 된 개츠비는 변하지 않은 자신의 사랑을 전하며 톰과 헤어질 것을 요구하지만, 톰에 의해 밝혀진 개츠비의 비밀(서민 출신에 불법적인 일로 재산을 모은 것 등)에 데이지는 주저 없이 다시 한번 개츠비를 떠나 톰의 곁에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츠비는 데이지가 운전 중 뺑소니 사망 사고를 저지르자 데이지를 보호하고자 자신이 낸 사고라고 덮으려 하다가 그 사고로 사망한 여자의 남편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법조인의 관점에서 볼 때, 개츠비의 데이지를 향한 무한한 사랑과 헌신에 감동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불법적인 일에 발을 담근 개츠비의 행동에 무조건 박수를 보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애초부터 신분이 달랐던 개츠비와 데이지. 데이지는 개츠비와 헤어진 다음해에 시카고 부호의 아들이자 상류사회 일원인 톰 뷰캐넌과 결혼한다. 이에 개츠비는 데이지를 얻기 위해 어떠한 방법으로든 부(富)를 축적하기로 마음먹은 후 불법 밀주 판매와 도박 등을 통하여 막대한 재산을 모았다. 오로지 자신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범법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개츠비.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대명제를 굳이 들이대지 않더라도 개츠비의 선택은 옳게 보이지 않는다.

영화의 화자인 닉 캐러웨이는 영화의 끝에 “개츠비 당신은 데이지나 그녀의 남편 톰 뷰캐넌 등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을 합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사람이었다”는 말로 개츠비를 회상하지만 만일 필자가 개츠비의 범법 행위에 대해 법률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면, 과연 그의 지극한 사랑에 감동하여 선처를 베풀어 줄 수 있을까. 아마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해 개츠비가 행했을 범법행위로 인한 폐해는 그 무게가 결코 개츠비의 사랑보다 가볍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츠비가 자신이 한 범법행위에 발목이 잡혀 데이지의 마음을 얻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는 영화의 결말도 이를 반영한 결론일 것이며, 이것이 영화의 제목과 달리 개츠비의 사랑이 위대하지만은 않아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