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있었던 유사한 사건에 대한 다른 결론의 국민참여재판 때문에 논란이 심합니다. 부산지법에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비방한 전모씨에 대한 재판에서 배심원 만장일치로 유죄평결이 내려진 반면 전주지법에서는 박근혜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유포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안도현 시인에 대해 배심원 전원의 무죄평결이 있었던 상이한 결정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사뭇 못마땅한 결과라고 생각해서인지 날선 비판을 하면서 국민참여재판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까지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상이한 결과에 우려를 표하는 입장에서는 사실 관계가 아닌 법리를 다투는 사건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고 지역이나 정치 성향에 따라 좌우될 수 있어 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에 적합하지 않고 판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범죄, 정치적 사건은 참여재판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정치적 사건이야말로 정치권의 외압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국민에게 국민의 상식을 물어서 판단하는 국민참여재판이 더 적합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 또는 예비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제도는 2007년 6월 1일 공포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2008년 1월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은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으로 해당 지방법원 관할구역에 거주하는 주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됩니다.

필자와 같은 변호사는 하고 싶어도 직업 등에 따른 제외사유에 해당돼 참여재판의 배심원이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의 유죄·무죄에 대한 평결과 양형에 관한 의견은 ‘권고적 효력’을 지닐 뿐 법적인 구속력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배심원의 결정이 구속력이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국민참여재판에서는 판사가 배심원의 평결과 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건을 참여재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률은 사형·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를 참여재판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사건을 유형화하고, 그러한 사건에 대해 법원의 재량으로 참여재판을 하지 않기로 하는 ‘배제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성문법제 하에서 유사한 내용에 대해서는 형벌규정에 따라 동일 혹은 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 합리적이며 형평성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배심원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다른 결론이 나온다면 이는 가장 중립적이어야 하는 사법부의 재판마저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지양돼야 합니다. 사람이 만든 제도, 그리고 우리의 법체계와는 다른 사법체계에서 빌려와 채 5년밖에 안 된 제도가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이는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지 못한 제도운영상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논쟁이 될 수 있는 정치적인 논점이 있는 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막연히 국민참여재판에서 제외해버린다면 이는 국민의 사법참여를 보장해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려고 했던 국민참여재판제도의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어떤 사회제도이건 그 자체로 완벽한 것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성공의 열쇠는 그 제도 자체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지혜와 제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열정과 책임감에 달려있다는 원론적이지만 가장 기본적인 얘기에 우리 모두가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