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흔히 “현대인은 외롭다”라고들 말한다. “외롭다”라는 단어의 국어사전 의미는 “홀로 되거나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하다”고 정의되지만, 혼자서 인생을 살기 위해 이혼하는 사람들이나 행복한 가정이 있음에도 자살하는 사람들을 보면 현대인이 딱히 홀로 되었다거나 의지할 곳이 없어 외로운 건 아닌 것 같다.

여하튼, 우리 현대인은 외로움을 느끼면 그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또는 달래기 위해 무엇인가를 찾게 된다. 그래서 찾은 것 중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담배 한 대를 피운다든지, 포장 마차에서 따뜻한 어묵 국물에 소주 한 잔을 한다든지 해서 외로운 자리를 채우는데, 만일 그 외로움을 대마, 필로폰, 엑스터시 등 마약류로 채우는 순간 영원히 외로운 상황으로 빠져들게 된다.

대표적으로 대마의 경우 흥분과 억제작용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중독 수준에 이르면 공중에 뜨는 느낌과 함께 빠른 감정의 변화로 환각, 환청이 온다. 대마와 담배를 비교하기도 하지만, 대마 중독의 위험성은 환각상태에서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또한 대마보다 환각 등 효과가 강력한 다른 마약류를 찾을 수 있어 단순히 중독되면 끊기 어려운 담배와 그 해악의 정도가 전혀 다르다. 그리고 필로폰의 경우 강력하게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강한 정신성 의존성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신체적 의존성도 심화시켜 복용을 갑자기 멈추면 기면증, 폭식, 불안 등 정신적 장애가 수일에서 수주 간 지속되고 계속 복용하면 환각상태, 혈압상승 등이 일어나고 허탈 상태에 이르러 결국 혼수에 이른다. 결국 한 번 손을 대면 멈추기도 어렵고, 계속하면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논란이 되는 소위 ‘게임중독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마약과 게임을 함께 규정하는 것 자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에 공감이 가기도 한다.

한 남자가 구속되었다. 부모님도 계시고, 직장도 좋고, 재산도 있고, 그러니 지금까지 아무런 전과도 없고. 왜 마약류에 손댔는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유는 의외로 외로움을 느끼다가 우연히 외국출장에서 대마를 보고 호기심에 손을 대었다는 간단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 우연한 기회로 인해 시작한 대마의 유혹을 버리진 못해 중독되었고, 더욱 강력한 환각 작용이 있는 해시시(대마 10배 효과)를 복용하다가 구속되었다.

한 여자가 구속되었다. 필로폰에 중독되어 그냥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빼빼 말랐는데 이상하게도 소지품에 다이어트 약이 있었다. 그 여자는 구속되기 몇 달 전 우연히 평범하고 착한 회사원을 만났고 필로폰을 끊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필로폰 중독을 이겨보려고 말라가면서도 병원에서 마약성분이 조금 함유된 다이어트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며 필로폰의 유혹을 견뎌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여자의 작고 여린 몸으로 필로폰을 끊으려고 발버둥치던 모습을 상상하니 더욱더 안쓰럽게 보였다.

누구나 외로움을 한번쯤 겪어 보았겠지만 외로운 사람은 몸과 마음이 괴롭고, 그 괴로움이 계속 커지면 어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어 그 외로움을 무엇인가로 채워 해소해야 한다. 그러나 그 외로움을 마약으로 채워서는 절대 안 된다. 왜냐하면, 한번 마약으로 채워진 외로움은 절대 다른 것으로는 채워지지 않을 만큼 강력하고 결국 외로움과 관계없이 육체와 정신을 완전히 망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