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법정에 대한 단상
2013년 12월 02일(월) 00:00 가가
양 동 학
광주지방법원 21단독 판사
광주지방법원 21단독 판사
25년이 넘는 비교적 긴 세월동안 재야에서 변호사로 활동을 하다가 이제 법원에 들어와 판사로 재직한 지 약 10개월이 지났다. 대법원에서 시행하는 법조일원화 시책의 일환으로 경력전담판사로 임명되어 민사 소액사건 가운데 주로 실질적인 다툼이 있는 사건을 맡아 처리하게 되었다.
판사로 재직하면서 처음 놀란 것이 엄청난 업무량이다. 변호사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적 유대관계를 폭넓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여, 자주 모임에 참석하고 여러 단체에도 가입하여 활동을 하다 보니 변호사는 실제 많은 사건을 처리하기가 어렵다.
그러다가 판사로 재직하게 되어 직무에 충실하기 위해 이러한 모임이나 단체에서 모두 탈퇴하였다. 물론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이러한 모임에서 탈퇴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가사 참석이 허용된다고 할지라도 시간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판사는 외로움을 느끼고 견디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는데 비로소 실감이 난다. 야간이나 휴일에 기록검토를 마치고 법원을 나가다 보면 그때까지도 대부분의 판사실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재판기록을 검토하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는 무엇이고, 실체진실은 무엇이며, 혹시 누락된 부분이 있는지, 관련 판례는 어떠한지, 자료를 찾고 기록과 씨름을 하다 보면 정해진 업무시간 내에는 마칠 수 없어 부득이 야간이나 휴일에도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판사들과 같이 근무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뒤떨어지는 것도 느끼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나의 남은 인생 중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객관적인 현실과 그동안의 법조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방향으로 이 사회에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중이다.
소액사건은 2000만 원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금전 등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민사사건을 말하는데, 2003년도 통계에 의하면 전체 민사본안 사건 가운데 소액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78.8%에 해당할 정도로 민사소송 중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현재도 민사사건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법원에서 경력법관을 임명한 이유는 변호사로서 다양한 상담이나 사건 처리 및 사회경험 그리고 법대 아래에서 직접 재판을 받은 경험까지 있으니 당사자들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릴 수 있고 좀 더 세심한 재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하에 선발한 것일 텐데, 내가 과연 그러한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킬 수 있을지 항상 걱정이 앞선다.
소액법정은 이 사회의 서민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눈물이 그대로 드러난다. 흔히 처리하는 사건이 대여금, 공사대금, 임대차 보증금 및 월세 청구, 임금 청구 등으로 기록을 검토하다 보면 이 사회의 어렵고 고단한 삶을 사는 서민들의 애환을 그대로 목격하게 된다. 당사자가 금융기관이나 개인으로부터 돈을 차용하여 사용하였으나 여러 사정으로 제때 돈을 변제하지 못하여, 결국 고율의 이자를 부담할 수밖에 없어 당사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할 때면 마음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낀다.
당사자들이 법을 모르기 때문에 주장과 증거제출 방법을 몰라 법정에서 자주 같은 내용을 반복하여 질문하는 경우가 흔하다. 당사자는 재판장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고, 제대로 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재판장이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원래 사실관계는 당사자가 제일 잘 알고 그 다음에 소송대리인이 알고 제일 모르는 것이 법원이라는 말이 있다. 왜냐하면 법원은 단지 기록만을 보고 당사자의 주장내용과 그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있느냐의 여부를 따지기 때문이다.
소액 사건의 경우 제대로 된 약정서나 계약서 등이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보다는 간이한 장부나 메모, 그리고 구두로 한 약속을 가지고 재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감정적으로 재판에 응하고 재판장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해달라고 하면 당황스럽다. 가능하면 자세히 설명하여 주려고 하나, 소송에는 상대방 당사자가 있기 때문에 어느 일방에게만 상세히 설명하는 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
소액법정의 경우 당사자가 제대로 된 주장 입증을 못 하여 억울하게 패소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에, 가능하면 따로 조정기일을 지정하여 당사자의 억울한 사정을 충분히 들어주고 가능하면 당사자 간에 원만한 합의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동안의 다양한 사회경험과 법조 경험을 바탕으로 기록에 나타난 사실관계를 최우선 시 하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방향으로 사건을 처리하고자 노력중이다. 당사자에게 정리된 사실관계와 법적 내용을 설명해주면 대부분 수긍하고 조정에 응하지만,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아 좀 더 인내하여 당사자들의 사정을 충분히 들어주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자 오늘도 각오를 새로이 해본다.
판사로 재직하면서 처음 놀란 것이 엄청난 업무량이다. 변호사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적 유대관계를 폭넓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여, 자주 모임에 참석하고 여러 단체에도 가입하여 활동을 하다 보니 변호사는 실제 많은 사건을 처리하기가 어렵다.
법원에서 경력법관을 임명한 이유는 변호사로서 다양한 상담이나 사건 처리 및 사회경험 그리고 법대 아래에서 직접 재판을 받은 경험까지 있으니 당사자들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릴 수 있고 좀 더 세심한 재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하에 선발한 것일 텐데, 내가 과연 그러한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킬 수 있을지 항상 걱정이 앞선다.
소액법정은 이 사회의 서민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눈물이 그대로 드러난다. 흔히 처리하는 사건이 대여금, 공사대금, 임대차 보증금 및 월세 청구, 임금 청구 등으로 기록을 검토하다 보면 이 사회의 어렵고 고단한 삶을 사는 서민들의 애환을 그대로 목격하게 된다. 당사자가 금융기관이나 개인으로부터 돈을 차용하여 사용하였으나 여러 사정으로 제때 돈을 변제하지 못하여, 결국 고율의 이자를 부담할 수밖에 없어 당사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할 때면 마음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낀다.
당사자들이 법을 모르기 때문에 주장과 증거제출 방법을 몰라 법정에서 자주 같은 내용을 반복하여 질문하는 경우가 흔하다. 당사자는 재판장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고, 제대로 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재판장이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원래 사실관계는 당사자가 제일 잘 알고 그 다음에 소송대리인이 알고 제일 모르는 것이 법원이라는 말이 있다. 왜냐하면 법원은 단지 기록만을 보고 당사자의 주장내용과 그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있느냐의 여부를 따지기 때문이다.
소액 사건의 경우 제대로 된 약정서나 계약서 등이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보다는 간이한 장부나 메모, 그리고 구두로 한 약속을 가지고 재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감정적으로 재판에 응하고 재판장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해달라고 하면 당황스럽다. 가능하면 자세히 설명하여 주려고 하나, 소송에는 상대방 당사자가 있기 때문에 어느 일방에게만 상세히 설명하는 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
소액법정의 경우 당사자가 제대로 된 주장 입증을 못 하여 억울하게 패소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에, 가능하면 따로 조정기일을 지정하여 당사자의 억울한 사정을 충분히 들어주고 가능하면 당사자 간에 원만한 합의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동안의 다양한 사회경험과 법조 경험을 바탕으로 기록에 나타난 사실관계를 최우선 시 하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방향으로 사건을 처리하고자 노력중이다. 당사자에게 정리된 사실관계와 법적 내용을 설명해주면 대부분 수긍하고 조정에 응하지만,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아 좀 더 인내하여 당사자들의 사정을 충분히 들어주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자 오늘도 각오를 새로이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