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대한 단상
2013년 12월 09일(월) 00:00 가가
김 미 은
광주지검 공판부 검사
광주지검 공판부 검사
솔로몬은 ‘신이 주었다’고 할 정도로 지혜로운 이스라엘의 왕입니다. 그의 지혜로운 재판에 관한 일화는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일화는 아이의 친 엄마를 찾아 준 재판입니다.
어느 날 두 여인이 솔로몬을 찾아와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자 솔로몬이 칼을 주면서 “살아 있는 아이를 둘로 잘라 반반씩 나눠 가지라”고 명령하였고, 결론은 잘 아는 바와 같이 아이를 죽이지 말라고 말한 여인을 진짜 엄마로 판명하였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유전자 검사를 하면 간단하게 판명될 문제이지만 그러한 과학적 방법이 없었던 당시로서는 솔로몬의 지혜가 빛난 재판이었습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에 관여하다 보면, 종종 부딪치는 문제가 ‘상반된 진술 중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라는 것입니다. 과학의 발달로 유전자검사, 지문감식, 문서 및 필적 감정, 모바일 또는 디스크 분석, 통화 내역·계좌 조회 등 다양한 과학수사 기법이 개발되어 있어 당사자의 진술이 아닌 객관적인 증거로서 해결되는 사건들도 상당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상반된 진술을 하고 그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두 사람이 상반된 진술을 하는 경우 두 사람의 관계, 전후 상황 등을 가지고 퍼즐 조각을 끼워 맞추듯이 각자 진술에 따른 시나리오를 구성해 봅니다.
이 과정에서 어느 한쪽의 시나리오가 객관적인 정황에 맞지 않고, 전후 관계의 모순으로 인해 퍼즐 조각이 어긋나게 되면 비교적 쉽게 어느 한쪽 진술이 더 믿을 만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양쪽 모두 퍼즐 조각이 무리 없이 잘 맞춰지고 마지막 진실 공방의 핵심상황에 대한 퍼즐 조각이 이쪽 말에 따라도 저쪽 말에 따라도 별 무리가 없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채무자인 한 남자가 채권자인 한 남자를 계속 피하다가 어떤 건물에서 우연히 마주치자 채무자는 채권자를 피해 계단 쪽으로 도망갔고 채권자는 그런 채무자를 바싹 뒤쫓았다가 채무자가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가 부러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채무자는 채권자가 뒤에서 밀었다고 주장하고, 채권자는 채무자가 혼자 미끄러졌다고 주장하는 경우, 계단에는 두 사람만 있었고, CCTV도 없는 곳입니다.
평소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이 밤 늦게까지 함께 술을 마신 후 술에 취한 여자를 재우려고 모텔까지 가게 되었는데, 모텔 방안에서 남자로부터 강간을 당하였다는 여자,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다는 남자, 모텔까지 갔던 상황에 대해서는 일치하지만, 모텔 방안에서의 상황만 달리 말합니다.
매도인과 매수인 둘이서만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어떤 사정으로 대금란을 공란으로 두면서도 대금란까지 포함하여 각자 도장을 찍었고 매도인이 매매계약서를 보관하였는데, 이후 매수인의 허락을 얻어 대금란을 보충하였다는 매도인, 허락을 한 사실이 없다는 매수인, 이 두 사람도 역시 허락 여부만 달리 말합니다.
이런 경우는 정말 솔로몬의 지혜를 빌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신이 내린’ 솔로몬의 지혜를 빌릴 수도 없고, 또 사건관계인에게 솔로몬과 같은 단호한 시험을 내리지도 못하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근래에는 다양한 심리학적 원리들을 적용하여 진술의 행간에 숨어 있는 심리적 움직임을 파악하여 진술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진술분석기법’, 비언어적 행동반응, 언어·음성적 특징 및 감정표현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여 분석대상자의 심리적 움직임을 추론하고 진술의 진위 여부를 분석하는 ‘행동분석기법’을 비롯하여 진술할 때의 신체적 변화를 포착하는 ‘거짓말탐지기검사’ 및 ‘뇌파분석’ 등의 과학적 분석기법을 활용하여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솔로몬의 지혜도 다양한 분석기법보다도 더 정확한 진실을 가리는 방법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 양심일 것이기에, 대립하는 이해관계의 당사자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어떤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할 수는 있겠으나, 적어도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없는 사실을 있는 것’으로 말하지 않는 사회적 풍토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어느 날 두 여인이 솔로몬을 찾아와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자 솔로몬이 칼을 주면서 “살아 있는 아이를 둘로 잘라 반반씩 나눠 가지라”고 명령하였고, 결론은 잘 아는 바와 같이 아이를 죽이지 말라고 말한 여인을 진짜 엄마로 판명하였다는 것입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에 관여하다 보면, 종종 부딪치는 문제가 ‘상반된 진술 중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라는 것입니다. 과학의 발달로 유전자검사, 지문감식, 문서 및 필적 감정, 모바일 또는 디스크 분석, 통화 내역·계좌 조회 등 다양한 과학수사 기법이 개발되어 있어 당사자의 진술이 아닌 객관적인 증거로서 해결되는 사건들도 상당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상반된 진술을 하고 그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느 한쪽의 시나리오가 객관적인 정황에 맞지 않고, 전후 관계의 모순으로 인해 퍼즐 조각이 어긋나게 되면 비교적 쉽게 어느 한쪽 진술이 더 믿을 만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양쪽 모두 퍼즐 조각이 무리 없이 잘 맞춰지고 마지막 진실 공방의 핵심상황에 대한 퍼즐 조각이 이쪽 말에 따라도 저쪽 말에 따라도 별 무리가 없을 때가 있습니다.
평소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이 밤 늦게까지 함께 술을 마신 후 술에 취한 여자를 재우려고 모텔까지 가게 되었는데, 모텔 방안에서 남자로부터 강간을 당하였다는 여자,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다는 남자, 모텔까지 갔던 상황에 대해서는 일치하지만, 모텔 방안에서의 상황만 달리 말합니다.
매도인과 매수인 둘이서만 매매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어떤 사정으로 대금란을 공란으로 두면서도 대금란까지 포함하여 각자 도장을 찍었고 매도인이 매매계약서를 보관하였는데, 이후 매수인의 허락을 얻어 대금란을 보충하였다는 매도인, 허락을 한 사실이 없다는 매수인, 이 두 사람도 역시 허락 여부만 달리 말합니다.
이런 경우는 정말 솔로몬의 지혜를 빌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신이 내린’ 솔로몬의 지혜를 빌릴 수도 없고, 또 사건관계인에게 솔로몬과 같은 단호한 시험을 내리지도 못하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근래에는 다양한 심리학적 원리들을 적용하여 진술의 행간에 숨어 있는 심리적 움직임을 파악하여 진술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진술분석기법’, 비언어적 행동반응, 언어·음성적 특징 및 감정표현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여 분석대상자의 심리적 움직임을 추론하고 진술의 진위 여부를 분석하는 ‘행동분석기법’을 비롯하여 진술할 때의 신체적 변화를 포착하는 ‘거짓말탐지기검사’ 및 ‘뇌파분석’ 등의 과학적 분석기법을 활용하여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솔로몬의 지혜도 다양한 분석기법보다도 더 정확한 진실을 가리는 방법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 양심일 것이기에, 대립하는 이해관계의 당사자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어떤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할 수는 있겠으나, 적어도 ‘있는 사실을 없는 것’으로, ‘없는 사실을 있는 것’으로 말하지 않는 사회적 풍토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