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광주지방검찰청으로 발령이나 광주의 시민이 된 지 벌써 1년이 되어 간다. 전임지였던 인천에서 환송식을 마친 뒤 당장 입을 옷과 세면도구 등 몇 가지 짐만 차에 싣고 고속도로를 내려올 때만 해도 ‘광주’라고 하면 ‘5·18 민주화운동’과 ‘맛있는 한정식’ 정도밖에 알지 못했던 것이, 이제는 ‘상추튀김’과 ‘깻잎치킨’의 맛을 알게 됐다. 또 광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아내보다도 충장로 골목골목의 맛집과 그곳을 갈 때는 어떤 길로 가서 어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야 편리한지 알 정도로 주민등록 공부상으로만이 아닌 실제 생활밀착형 광주 시민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런데 광주에 살면서 아직까지 잘 적응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의외로 차가 많이 막힌다는 것이다. 처음 광주에 왔을 때만 해도 도로가 널찍하게 참 잘 조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어지간한 간선도로는 보통 왕복 6차로나 그 이상이었고, 동네 어귀의 도로들도 왕복 4차로인 곳이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출퇴근길이 만만치 않았다. 약 5㎞ 남짓한 출근길이 무려 1시간이나 걸리기도 하는 등 도로 사정에 비하면 이상하리만큼 차가 많이 밀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어떤 때는 꽉 막힌 도로가 마치 금요일 저녁의 서울 도심 한복판을 운전하는 기분이 들게도 하였다.

그 이유가 뭘까. 그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앞차의 브레이크 등이 꺼지기만 기다리던 눈에 어느 날 도로변 가장 바깥쪽 차로에 줄을 지어선 차량의 운전석에 사람이 없다는 것, 즉 교통 정체로 멈춰 선 것이 아닌, 말 그대로 불법 주·정차를 한 차량이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랬다. 도로변에 불법 주·정차를 한 차량으로 인하여 1개 차선은 사실상 사용되지 못하고 있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병목현상이 생기고 있었고, 특히 교차로에서는 코너에 불법 주·정차한 차량을 피해 우회전하려는 차량이 직진하려는 차량의 진로를 막는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신호주기와 맞물려 정체가 길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도로변 불법 주·정차 문제는 단지 교통 정체로 인한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 문제로만 그치지 않을 때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바로 화재 발생시 소방차의 진행을 어렵게 하여 소중한 생명을 잃게도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부산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사고는 30대 엄마와 세 자녀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출동한 소방차들은 아파트 입구 도로의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하여 화재 현장 도착이 늦어졌고,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도착하여 불을 끄기 시작했을 때 이미 화재 현장은 더 이상 불에 탈것이 없을 정도로 모두 타버린 상태였다고 한다. 이러한 사고가 광주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도로변에 불법 주·정차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도로교통법 등 법전을 펴놓고 공부하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기초 질서이다. 물론 불가피하게 도로변 주·정차를 해야 할 때도 있다. 다만 그런 경우에도 주변의 교통상황을 고려하여 교통 흐름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는 곳에 차량을 주·정차할 수는 없을까. 차량을 세운 뒤 조금은 걷더라도, 도로에 세워 둔 차량으로 인하여 좁아진 도로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달리는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의 가족이고, 이웃이며, 같은 광주 시민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을 위한 배려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이제 2013년이 저물고 2014년 새해가 밝아온다. 마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처럼, 차로 하나를 무단으로 점거한 차량으로 인하여 왕복 4차로를 4차로라 부르지 못하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새해에는 조금이라도 드물어지길, 그래서 새해에는 시원하게 뚫리는 길처럼 모든 일이 잘 풀리는 한 해가 되길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