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 사를 구분하는 일은 상식의 범주에 있지만, 우리 사회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상식에 미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한 검사가 자신이 수사했던 한 여자 연예인을 돕기 위해 병원의사를 공갈해 돈을 받아주고, 그 검사는 그 사실을 안 그 병원 간호사에게 협박을 당해 돈을 건네주었다는 소위 ‘해결사 검사’ 기사를 보고 필자는 분노보다는 차라리 허탈함과 씁쓸함이 앞섰다.

사건을 다룬 기사들의 행간은 한 여성을 구속한 검사의 인간적인 연민은 들어 있을지 모르지만, 검사라는 공적인 지위를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것에 대한 금기와 경계심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모습이 한 공직자의 일탈이라고 치부하고 싶지만, 공직 곳곳에서 직권남용, 원전납품비리, 인사청탁, 입찰비리 등 여러 가지로 모습을 바꾸며 심심치 않게 되풀이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공과 사의 구별은 공무원의 영역에 그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는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건도 본질적으로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정보화시대에 개인정보는 개인과 공동체의 인격과 재산에 그 자체라고 볼 수 있기에 개인정보보호법은 그 관리에 관하여 공공기관은 물론 사기업에도 엄격한 관리책임을 부여하면서 그 관리업무가 공적영역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카드회사는 고객정보를 매출을 올리기 위한 영업자산(데이터) 이상으로 보지 않았고, 유출자 역시 그 인식은 다르지 않았기에 그 정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제3자에게 팔아버린 것이다.

결국 공적인 기능을 사사로이 이용한 대가는 개인은 물론 온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으며, 앞으로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도 모르는 상황이 돼 버렸다.

공과 사를 구별하여 실천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경계선을 어디에 긋는가 하는 문제는 자신의 역사적 문화적 정치적 경험들과 과정에 의해 형성된다. 그러나 경계선을 어디에다 긋느냐와 관계없이 남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위 다수인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공적인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공적인 영역에 속한다고 한다면 우선, 엄격한 기준과 공동체적인 관점에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공사의 구별의 문제를 개인의 도덕적인 흠결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와 같은 일이 계속되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책임도 한 몫 한다. 공적기능에 손쉽게 접근하고 싶은 우리 사회의 욕망과 공적기능을 살 수 있다는 배금주의가 그 구별을 어렵게 하는 압력 요인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첫째, ‘편의를 봐주라’든가, ‘특별한 대우를 해달라’든가 그도 아니면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는 지인을 통해 부탁이나 청탁을 하는 경우가 많고, 그 부탁할 수 있는 인맥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동창회, 향우회 등 수많은 모임을 한다. 학연, 지연, 혈연이라는 것이 단순히 나와 관계있는 사람들과 편하게 만나자고 하는 순수함도 있겠지만, 이런 공적기능에 쉽게 접근해 이를 이용하고 싶은 욕망의 반영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무수한 많은 모임을 위해, 퇴근 시간 이후 다시 우리는 정신노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논리비약일 줄 모르지만 그 모임들 때문에 우리의 ‘저녁이 있는 삶’이 희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둘째는 돈이면 모든 것을 사고 팔 수 있다는 물신주의도 한 몫 하겠다. 개인정보를 사는 자들은 자신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으니 무엇이 문제냐고 항변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정치권이 모범을 보이고, 법집행을 엄정히 하며, 도덕적 기준을 높이자”는 원론적 이야기 이외에 필자도 공과 사의 구별이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어떤 해법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의 “공공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을 공공의 재산으로 여겨야 한다”는 문장으로 글을 갈음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