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는 아름다운 계절 봄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시샘하는 바람은 사람들로 하여금 겨울은 아직 가지 않았다라고 시위하며 사람들 옷깃을 여미게 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은 상태, 현재 이 시점을 거니는 우리에게 차가운 바람은 아픈 현실을 직시하라는 듯 쉽게 물러가지 않고 있다.

최근 흑인 영화 감독이 만든 영화로서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게 한 ‘노예 12년’이라는 영화가 화제다. 1800년대 흑인 음악가였다 노예로 팔려 두 명의 주인 밑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였던 ‘솔로몬 노섭’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인터넷 포털사이트 영화 정보 참조).

자유자의 몸에서 신분이 잊혀지고 ‘플랫’이라는 낯선 이름까지 덧붙여져 다른 인생을 살아야했던 그의 이야기는 아직 영화를 접하지 못한 필자에게도 그가 겪었을 비통함과 자존감의 짓밟힘을 상상하게 해준다.

위와 유사한 사건이 최근 신안 염전 일터에서도 발생하였다. 서울 영등포에 있는 직업소개소 소개로 염전에 넘겨진, 장애를 가진 사람이 몇 번의 탈주 노력에도 실패하다 겨우 어머니에게 도움을 구하는 편지를 보내게 되어 악몽의 현장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위 직업소개소 업주에 대한 영장이 일단은 기각되었다는 소식이 있으나 경찰은 재신청을 고려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물론 일부 직업소개소와 염전 업주들이 문제라 할 것이나, 이들이 관계 기관의 방치와 그릇된 일부 주민들의 묵인 속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상대로 장기간동안 노동력을 착취하고 임금을 체불한 것은 사람들 사이에 ‘염전 노예’ 문제로 지칭될 정도로 충격을 주고 있다.

‘공모자들’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노래 잘하는 가수 임창정과 ‘거침없이 하이킥’의 배우 최다니엘이 주연한 영화로서 장기 밀매와 생명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 사건을 다룬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인간의 생명은 그저 돈벌이 대상으로 가축과 다름없는 존재로 처참하게 비친다. 인천 보따리상들이 이용하는 배 안에서 남편이 있는 여자가 납치되고 그 안에서 장기(臟器)가 분리된 후 중국측 장기 밀매상들에게 팔리고(임창정의 도움으로 살았으나 여자는 결국 죽는다), 그 장기를 이식받아 아버지를 살리려 했던 여주인공 조윤희는 오히려 아버지가 중국 병원내에서 해부되고 장기가 제거되는 경악할 장면을 체험하게 된다. 수원에서 발생하였던 오원춘 사건과 최근 벌어지는 생명보험금 편취 목적 살인 사건들에서 모티브를 딴 듯한 이 영화는 호러 영화를 방불케 하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듯 영화적 상상력을 앞세워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

‘영화는 영화다’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와 현실은 엄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인데, 액션을 실제의 싸움으로 하기로 하면서 두 주인공의 현실과 영화는 혼동이 되어간다. 우리네 삶은 어떠한가. 위와 같이 최근 일련에 벌어지는 일명 신안 염전 노예 사건,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배우자를 비롯한 지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보험금을 챙긴 일련의 가혹 사건 등을 보면서 원래 삶이 이러한 것인지, 아니면 영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변해가는 것인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다.

물론 필자가 부정적인 사건들만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눈을 돌려보면 내 이웃을 돌아보는 선한 사람들의 많은 미담과 TV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연예인들의 아름다운 군무만으로 삶의 위안과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꽃피는 봄이 오면 봄이라고 외치고 벚꽃의 향기를 맡아야 할 것인데, 우리는 그럴 수만은 없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언젠가는 아름다운 영화가 현실이 되기만을 바라는 것이 지나친 욕심이 아닌 시간이 오기를 바래보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