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지막 월요일에…
2014년 03월 31일(월) 00:00 가가
강 성 두
법무법인 이우스 변호사
광주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법무법인 이우스 변호사
광주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법원 앞 광장에는 벚꽃 나무 몇 그루가 있습니다. 평일에는 교외에 나갈만한 시간을 낼 수가 없고 주말에는 사람들에 치이는 게 싫어 벚꽃이 거리에 흩날리는 것을 보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 지 몇 년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하는 곳 가까이에 있는 단 몇 그루의 벚꽃나무 덕분에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변호사를 시작한 지 채 몇 년이 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자기만의 기준에 실망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에게는 관대한 기준을 세우지만 타인의 일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기준을 내세웁니다. 특히 법이 적용되는 일에 있어 이러한 이중적인 기준은 더 자주 벌어집니다. 나에게 적용되는 법은 너무나 엄격합니다. 안 되는 것도 많을뿐더러 잘못을 하게 된 경위나 사정이 있음에도 전혀 감안해주지 않고 그에 대한 벌 또한 너무 가혹합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적용되어 주길 원하는 개별적인 사정에 따른 이해와 관용은 그 일이 남의 일이 되었을 때는 사라지고 모든 일을 처리함에 있어 디케(Dike)처럼 냉정하길 바랍니다.
어떤 피고인은 비록 과실이기는 하나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실수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내려진 형벌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였지만 부과된 사회봉사명령이 많다는 이유로 판결에 심한 불만을 토로했고 그 일을 변호한 저에게도 강하게 항의하였습니다. 그 피고인이 불만을 토로한 단 하나의 이유는 같은 결과임에도 자신에게만 더 가혹한 처벌이 내려졌다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은 같을 지라도 사고의 경위나 사고 후의 과정 등에 비추어 당연히 다른 선고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런 면에 비추어보면 이번 결과가 상당한 선처를 받은 것이라고 얘기하였지만 이미 결과에 불만인 피고인을 달랠 방법이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피고인이 법원의 판결에 대한 불신을 하기보다는 능력 없는 변호사를 만난 결과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법관들이 경우에 따라 다른 판결을 할 수 없게 형사재판의 경우 아주 엄격한 양형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분은 법관에게 주어진 재량이 많은 문제를 만든다는 확신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때론 비슷한 사안에 다른 결론이 나오기도 하고 그것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자주 생기지 않도록 재량의 범위를 줄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바라보는 시각과 달리 법률가인 제가 보는 관점은 많이 다릅니다. 제가 매일 겪고 있는 실제 재판은 이미 정해진 법 규정에 따라 절차가 진행되고 형벌 역시 재량의 폭을 제한하는 규정이 많으며 그렇게 이미 제한된 재량을 더 줄이기 위한 많은 장치들이 존재합니다. 그러한 장치들은 저와 같은 변호사들에게 가끔은 큰 벽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 벽의 틈을 찾아내고 비집고 들어가 의뢰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 때 조그만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주어진 틀대로만 결과가 나온다면 아마 변호사는 재판의 결과를 미리 예상해주는 역할 외에 다른 일을 할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제 개인이 인정하고 싶은 상식은 때론 정해진 틀을 벗어날 수 있는 재량을 부여하는 것이 기계적으로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보다 ‘우리’의 권리보호에 ‘더’ 낫다는 것입니다. 법으로 무언가를 함에 있어 재량을 부여하는 것은 엄격한 법 앞에서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주장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작은 힘이 주어지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름답고 따뜻한 재량이 진정으로 더 아름답고 따뜻한 것이 되도록 하는 것이 제 직업의 존재가치라는 생각도 합니다.
월요일이 시작되면 항상 그렇듯이 법원 앞은 각종 소송에 휘말린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그 중엔 오늘 있을 재판 때문에 남들에겐 즐거웠을 3월의 마지막 주말을 걱정만으로 보냈을 저의 의뢰인들이 있습니다. 예상만이 있을 뿐 그 분들에게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무게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작을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는 세상 어떤 일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그 일의 한 부분을 같이 하는 저 또한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렇듯 법원 앞을 떠나지 않아도 또 새로운 봄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몇 그루의 벚꽃나무가 고맙습니다. 월요일 아침에는 그 벚꽃나무만을 보면서 그 짧은 몇 분을 만끽해야겠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법관들이 경우에 따라 다른 판결을 할 수 없게 형사재판의 경우 아주 엄격한 양형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분은 법관에게 주어진 재량이 많은 문제를 만든다는 확신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때론 비슷한 사안에 다른 결론이 나오기도 하고 그것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이 자주 생기지 않도록 재량의 범위를 줄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바라보는 시각과 달리 법률가인 제가 보는 관점은 많이 다릅니다. 제가 매일 겪고 있는 실제 재판은 이미 정해진 법 규정에 따라 절차가 진행되고 형벌 역시 재량의 폭을 제한하는 규정이 많으며 그렇게 이미 제한된 재량을 더 줄이기 위한 많은 장치들이 존재합니다. 그러한 장치들은 저와 같은 변호사들에게 가끔은 큰 벽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 벽의 틈을 찾아내고 비집고 들어가 의뢰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 때 조그만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주어진 틀대로만 결과가 나온다면 아마 변호사는 재판의 결과를 미리 예상해주는 역할 외에 다른 일을 할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제 개인이 인정하고 싶은 상식은 때론 정해진 틀을 벗어날 수 있는 재량을 부여하는 것이 기계적으로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보다 ‘우리’의 권리보호에 ‘더’ 낫다는 것입니다. 법으로 무언가를 함에 있어 재량을 부여하는 것은 엄격한 법 앞에서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주장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작은 힘이 주어지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름답고 따뜻한 재량이 진정으로 더 아름답고 따뜻한 것이 되도록 하는 것이 제 직업의 존재가치라는 생각도 합니다.
월요일이 시작되면 항상 그렇듯이 법원 앞은 각종 소송에 휘말린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그 중엔 오늘 있을 재판 때문에 남들에겐 즐거웠을 3월의 마지막 주말을 걱정만으로 보냈을 저의 의뢰인들이 있습니다. 예상만이 있을 뿐 그 분들에게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무게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작을 수도 있지만 자신에게는 세상 어떤 일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그 일의 한 부분을 같이 하는 저 또한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렇듯 법원 앞을 떠나지 않아도 또 새로운 봄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몇 그루의 벚꽃나무가 고맙습니다. 월요일 아침에는 그 벚꽃나무만을 보면서 그 짧은 몇 분을 만끽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