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다. 흐드러진 벚꽃들이 앞 다투어 말하듯이 이젠 봄이 왔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아침 저녁 차가운 바람이 아직은 겨울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위했다면, 이젠 그마저도 없는 정말 봄이다. 얇고 화려해진 사람들의 옷에서도 봄이 시작되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때가 되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서는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었던 동절기를 벗어난 것만으로도 기쁜데, 더하여 눈과 코를 즐겁게 하는 꽃과 사람들, 그 향기는 어쩌면 축복같다.

‘춘하추동’ 4계절 중 첫 번째 계절 봄. 사람들이 봄을 기다리고 좋아하는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그 중 한 가지를 꼽으라면 시작이 주는 설렘과 기대 때문일 것이다. 꽃이 피고 나면 나뭇잎 무성한 여름을 지나 열매 맺는 가을, 그리고 만물이 잠드는 겨울에 이르기까지 긴 여정에 첫 발걸음을 내딛는 계절의 시작. 다양한 변화를 앞두고 있기에 봄은 언제나 설레고 기대된다.

앞으로 다가올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쁨이다. 인생 선배들이 청춘(靑春)을 예찬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인생에 있어 봄은 청춘이고, 청춘은 곧 가능성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기대는 젊음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일까. 요즘은 청춘을 보기만 해도 즐겁다. 몇십 년을 반복해서 맞이하는 봄이지만, 그 시작에 대한 설렘은 언제나 변함없는 것처럼.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 중에 ‘썸타다’, ‘썸남썸녀’라는 말이 있다. 영어 썸띵(something)의 첫음절 ‘썸’에서 나온 이 말들은 남녀가 본격적으로 사귀기 전에 호감을 갖고 있는 상대방과 조심스럽게 관계를 가져나가는 것을 말한다. 1990년대 유행했던 ‘사랑과 우정사이’라는 가요를 생각나게 하는 유행어인데, 최근 ‘썸(SOME)’이라는 노래가 가요순위 1위를 하는 것을 보면 시작이 주는 설렘은 세대를 막론하는 것 같다.

봄을 맞이하여 상춘하고 싶은 마음은 한 가득인데, 어쩐지 시간 내기가 만만치 않은 요즘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요즘 뿐만은 아닌 듯하다. 검사로 임관한 이후로 단 한 번이라도 마음 편하게 봄을 만끽한 적이 있었던가.

그러고 보면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문제였던 것 같다. 이제부터는 반드시 상춘의 시간을 내리라 계절의 시작에 서서 마음을 다잡아본다.

덧붙여 언제부턴가 세간의 핫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듯한 법조계이지만, 이 봄을 맞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파이팅’하기를 바란다. 우리에겐 아직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그 중에서 무엇을 택하여 나아갈 것인지는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사랑받는 법조가 되느냐, 그렇지 못한 길로 가느냐 하는 그 갈림길에 서있는 지금, 법조계는 이 계절과 마찬가지로 봄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