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공화당. 이 두 단어만 가지고 어느 당이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당인지, 어느 당이 진보세력인지를 구별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민주당이 개혁성향의 정당이고, 공화당이 보수성향의 정당입니다. 정치용어는 역사적 변천과정을 거치면서 그 내용이 채워지기에 사용하는 용어만으로도 그 당의 색채가 드러납니다. 공화(共和)란 ‘두 사람 이상이 공동으로 함께 화합하여 정무(政務)를 하는 것’으로 공화국이란 공화제(共和制)를 실시하는 국가이며, 역사적으로는 세습에 의한 군주제를 부정한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화국은 다시 정무를 누가 담당하느냐에 따라서 과두적(寡頭的) 공화국, 귀족적 공화국, 계급적 공화국, 민주적 공화국 등으로 나뉘어졌고, 권력형성의 사회적 ·정치적 조건에 따라 의회공화국 ·소비에트공화국(인민공화국)으로,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따라 민주적 공화국, 전제적 공화국으로 나뉘어 지기도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공화’라는 정치용어는 ‘민주’라는 용어보다 먼저 생겨난 단어이고, 그런 이유에서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보수적 색채를 띨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공화당과 민주당의 양당정치가 이루어지는데, 한편으로 이러한 양당정치는 보수와 혁신의 대립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당명 하나하나에는 역사가 반영되어 있고,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의도를 함축적으로 표출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요 근래 사용되었거나 사용되는 우리나라의 정당의 이름은 새누리당, 한나라당, 열린 우리당과 같이 그 정당의 역사적 가치 및 정치적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당명을 가지게 된 것은 우리나라 정당을 구성하고 있는 당원들의 스펙트럼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당의 구성원들은 진보나 보수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종래 3김 시대처럼 보스 중심의 계파정치나, 동·서로 분할된 지역구도 등, 관련된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서 모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그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극우에서부터 급진적 진보세력까지 모두 그 구성원으로 포함하여 거의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국민은 “누가 되든 무슨 상관있겠어? 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지.”라면서 정치에서 무관심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로 기존 정권을 잡았던 정당이 어리석은 정치로 혼란을 야기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이를 방관하여 잘못을 저질렀던 기존의 정당이 정권을 그대로 유지하기도 하였습니다.

민주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은 주권자인 국민이 대표자를 뽑아 그들이 국민을 대신하여 화합하는 정치를 하는 국가이고, 대한민국에서는 늘 그래왔듯 국민에게 더 좋은 가치를 선사하기 위해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당의 이름에 보수와 혁신이 잘 드러나 있지 않더라도, 한 정당에 위 대립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대한민국에서 정치는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정당은 지향하는 가치를 가진 색깔을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가 다가오는 요즈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정당이 지향하며, 사용하는 용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조금은 음미해 보고, 우리를 위해 내세웠던 약속을 잘 이행했는지, 이행하는지, 이행할 것인지 꼼꼼히 체크하여, 이를 선거에 반영시켜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잘 한 것은 칭찬함으로써 정의가 살아있는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