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명의 희생자 그리고 아직도 13명의 실종자가 남아있는 세월호 사건은 50일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한 상처가 희생자 가족들은 물론 자신들의 잘못인 것처럼 아파했던 국민의 가슴속에서 사라지기 위해서는 또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짐작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원인 없는 결과가 있을 수 없기에 참사를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 외에 우리 사회는 다시는 이와 같은 고통스러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자신들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여야 희생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덜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승객의 안위를 끝까지 책임져야함에도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안전만을 도모하였던 15명 선원들에 대한 재판이 10일부터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립니다. 이들에게 적용된 죄명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등으로, 법정 최고형이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입니다. 민사책임과 달리 형사책임의 본질은 위법한 행위를 한 자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나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 가능성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과 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 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는지 등이 중요한 법률적 쟁점이 될 것입니다.

선원들에 대한 재판과 관련하여 국민 여론은 매우 차갑습니다. 울분에 찬 사람들은 재판조차 필요 없다는 말까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하는 분들도 가슴속에 있는 격양된 감정을 표하는 방법일 뿐 헌법에 보장된 권리박탈을 의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농아자, 미성년자 등 자력으로 충분히 자신을 변론할 수 없거나 사형·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경우에 법원에게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경우 변호인 없이는 재판을 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선원들에게도 국가에서 선정한 국선변호인들이 그들의 변호를 맡고 있습니다.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들은 변호사로서 피고인들의 이익을 위하여 법과 양심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여 변호할 것이고 그것이 변호인으로서의 책무입니다. 동료변호사로서 혹시나 하는 기우가 있습니다. 자신이 변호하는 피고인들에 대한 최선이 그 자체로 오명이 되고 비난을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입니다. 세상에 무가치한 생명이 하나도 없듯이 아무리 비난받을 행동을 한 사람도 자신이 한만큼의 잘못에 대한 벌을 받아야하고 그러한 과정에 조금이라도 억울함이 없어야 하며 그것을 위하여 사법체계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피해자들을 위하여 여러 명의 변호사들이 재판과정에서 피해자(가족)에게 보장된 진술권, 기록복사 및 열람권 등의 권리행사를 위하여 조력을 하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권리가 중요한 만큼 피해자의 권리 역시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내일부터 열릴 재판에서 변호사들은 한편에서는 피고인들을 위하여, 또 다른 편에서는 피해자들을 위하여 자신들에게 맡겨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어느 편에 서있는 사람이냐에 따라 절대로 좋고 나쁨을 얘기할 수 없음을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얼핏 모순되어 보이는 두 위치의 변호사들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온 국민을 슬픔에 빠트린 비극적인 세월호 사건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각자의 위치에서 법에 따른 행동을 하고 최선을 다하였다면 이라는 가슴 아프고 참으로 미안한 가정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