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라는 직업이 일과 후의 시간조차 맘대로 보낼 수 없는 것이라 정해진 일자와 시간에 방송을 하는 일일드라마나 주간드라마를 제대로 본지가 꽤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라는 기계 덕택에 프로그램 한 편 혹은 그 일부를 보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다음날이면 다운로드를 하여 볼 수 있게 되어 간혹 흥미를 끄는 드라마가 있으면 관심 있게 시청하기도 합니다. 드라마라는 것이 여러 가지 신변잡기, 남녀 간의 사랑, 음모 등이 적당히 섞여 가볍게 볼 수 있는 것이라 업무에 무거워진 머리를 식히는 것에는 적격입니다.

최근에 종영된 ‘개과천선’이라는 드라마는 주인공의 직업이 변호사이고, 연기를 하였던 배우들을 평소에도 좋아했던 지라 처음부터 작심하고 시청을 하였습니다.

이 드라마의 간단한 줄거리는 대형로펌에서 잘나가던 (그리고 참으로 냉혹한) 변호사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 기억을 상실하게 되고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던 중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면서 어렵고 약한 사람들의 편에 서서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보았던 법정드라마에 비하여 리얼리티도 상당히 높아 보는 동안 나름 흥미를 갖고 집중을 하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를 소개하는 칼럼이 아니니 각설하고, 이 드라마에서는 실제 발생한 여러 가지 사건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저는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첫 번째, 기억상실전의 주인공처럼 능력은 있지만 철저히 있는 자의 편에 서있는 변호사와, 어려운 사람을 돕고자는 하나 능력이 없는 변호사 중 의뢰인들은 누구를 원할까?

두 번째, 단순한 선악구도에서 악한 자를 변호하는 변호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평소에도 실력 없는 전문가의 위험성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고 혹시 내가 그런 전문가가 아닐까하는 염려를 하는 편이라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쉽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의뢰인은 자신의 변호사만은 능력이 있기를 원할 거라는 것, 그것이 다른 사람의 일을 해주는 변호사라는 직업이 존재하는 전제조건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내용을 함축하고 있어 대답하기 참으로 어렵습니다. 과연 선과 악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게 구분 지을 수 있을까하는 원론적인 문제부터 시작해서 선과 악의 개념에 절대라는 한정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지 등의 의문은 제 능력을 넘어서는 것이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하겠습니다. 질문을 단순히 만들어서, 살인 혹은 그에 준하는 범죄를 당한 피해자나 그 가족이 이런 일을 저지른 자를 변호하는 저에게 어떻게 그런 자를 변호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먼저 그 사람이 그러한 죄를 저질렀는지 여부는 검사가 제시하는 증거에 의하여 판단해야하는 것이 재판이고 이러한 과정에는 당위나 도덕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을 탓하는 어떠한 비난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피고인이 죄를 범한 것이 맞으면서도 이를 부인하였던 태도는 나중에 피고인에 대한 형량을 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합니다. 물론 변호사는 사회의 지탄을 받는 피고인이 유죄라고 생각되는 경우 변호를 거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시로 변할 수 있는 세간의 평, 그리고 오늘과 내일이 다를 수 있는 가치의 기준에 맞추어 변호를 하는 것은 자신의 활동에 스스로 한계를 짓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세상의 구미에 맞추어 너무 편하고 쉬운 길을 가는 것은 아닌지, 의뢰인의 적법한 이익을 추구하고 이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하는 변호사의 존재가치를 망각하는 것은 아닌지를 고민하게 하는 지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