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는 있겠지만 지난주까지 대부분은 휴가를 보내셨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오랜만에 큰 맘을 먹고 외국으로 다녀오신 분들도 있을 것이고 사정상 아주 짧은 시간만을 쉬신 분들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철에 비용대비 영화관만큼 좋은 피서지도 없을 듯합니다. 지금 극장가에서는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명량해전을 다룬 ‘명량’이라는 영화가 아주 뜨겁습니다(이 영화는 지금 개봉한지 12일 만에 관람 관객수가 1000만명을 넘었습니다).

영화 ‘명량’은 1597년 명량 울돌목에서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의 수군을 격파한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전투를 그리고 있습니다(실제는 133척이였다는 등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명량해전에서 조선 수군이 수치상 압도적으로 우세한 일본 수군을 이길 수 있었던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리상 물길이나 지형 등을 잘 알고 있어 유리한 곳에 미리 자리를 잡고 있을 수 있었던 이점이 있었다는 것, 조선 수군의 판옥선이 물길이 빠른 곳에서 더욱 큰 위력을 발휘했다는 점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명량해전의 승리는 이순신이라는 걸출한 지휘관을 빼놓고는 애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시 조선수군은 칠천량에서 일본 수군에 대패하여 전투선 대부분을 잃고 제해권을 거의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선조는 전력이 크게 약화된 수군을 폐지하려고까지 하였습니다. 이때 이순신은 선조에게 다음과 같은 유명한 장계를 올립니다. “지금 신에게는 아직도 전선 12척이 남아 있나이다. 죽을 힘을 다하여 막아 싸운다면 능히 대적할 수 있사옵니다. 비록 전선의 수는 적지만 신이 죽지 않은 한 적은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가정이나 회사처럼 크고 작은 조직은 물론 국가에 이르기까지 지휘관 즉 수장의 역할이 중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근한 예를 들면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졸전을 한 것은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경기감각을 유지하는 선수’를 뽑겠다는 감독 자신이 세운 원칙을 스스로 깨뜨린 무원칙한 선수선발과 기용이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입니다.

왜 지금 1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영화에 열광할까요? 사실 몇몇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영화의 구성이나 고증은 그렇게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는 의견입니다. 관객들과는 사뭇 다른 견해입니다. 그럼에도 관객들이 ‘명량’을 통하여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 풍전등화의 나라를 구하고자 하였던, 부하들에 앞서 전투에 뛰어들었던 그리고 자신을 희생하였던 진정한 책임있는 지휘관에 대한 향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순신이라는 걸출한 지휘관이 일본 수군을 물리치고 나라를 구한 그 바다로부터 멀지 않는 곳에서 많은 희생이 있었음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 바다는 똑같은데도 400여년이 지난 지금에는 그 일에 책임을 지는 지휘관이 없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절차와 과정도 순탄치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 ‘명량’을 보면서 어차피 현실에서 기대할 수 없는 충무공과 같은 지휘관을 꿈꾸고 소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답답하지만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제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외에 일개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