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살면서 가지 않으면 좋은 곳으로 병원과 경찰서, 법원 등을 꼽곤 한다. 아마도 몸과 마음이 아프고 지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누구나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리라.

그런데 이런 아픔을 동시에 겪는 분들이 종종 계시는데 보험 소송을 겪는 분들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다양한 보험관련 소송 중에서도 특히 보험사라는 거대 기업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분들이 특히 그렇다.

소위 ‘유병장수’ 시대에 암 보험을 비롯한 많은 질병 보험 상품들은 입원, 통원기간에 따른 치료비를 지급하도록 그 약관이 규정하고 있는데 그 지급사유와 방법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지 않은 환자들이 곤란을 겪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이다.

국내·외 보험사의 약관은 입원·통원 치료에 있어서 질병의 ‘직접’ 치료에 한하여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 ‘직접’ 치료에 대하여 대법원은 비교적 엄격한 해석을 하고 있다.

여기서 최근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어 가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트렌드와 충돌이 발생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된 요양병원은 질병에 대한 직접 치료를 하는 의료기관이라기 보다는 좀 더 나은 치료환경을 조성해 주는 의료기관으로서 많은 환자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암 제거 수술을 마친 환자들은 수술 후 하루에 약 30분∼1시간이 소요되는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되는데 기존에는 통원으로 치료하여 왔다면 최근에는 방사선 치료 병원의 인근에 위치한 요양병원에 입원하여 치료 과정에서 혹시나 있을 수 후유증에 대비하고 좀 더 편안한 간병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보험사들은 미처 대비하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즉, 요양병원에 입원함과 동시에 방사선 치료 병원에 통원하는 환자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여부가 새로운 화두가 된 것이다.

과거처럼 입원과 통원이 서로 다른 기간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중첩됨으로써 보험회사의 손익이 조금씩 악화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로서는 요양병원에서의 치료가 과연 질병의 ‘직접’ 치료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후유증’ 치료인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받고 싶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물론, 많은 보험사들은 위와 같은 경우에 질병으로 신음하는 고객과 법적 분쟁으로 다투기보다 그 지급에 동의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듯이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 보험사나 고객 모두에게 불행한 일일 것이다.

결국, 보험사와 환자들의 싸움은 대법원의 판단에 의하여 종지부가 나게 될 것인데 그 결과에 따라서 당사자가 아닌 요양병원 역시 환자 수 확보 등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관련된 사건이 대법원까지 제기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추측건대 위와 같은 사건의 경우 그 수가 많지 않고 당사자간에 화해나 조정으로 종결되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