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배기 제 아들은 자장면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런데 최근의 독일 소식에 의하면, 언젠가는 드론(drone)이라고도 불리는 무인비행기가 배달하는 자장면을 먹을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류회사 DHL은 지난 9월 무인비행기를 이용하여 독일 북동부의 항구도시로부터 북해의 외딴 섬까지 구급약을 배달하였다고 합니다.

무인비행기는 다양한 영역에서 널리 활용될 것입니다. 문화재 보호, 농작물 관리, 실종자 수색, 그리고 밀입국 방지의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눈썰미 좋은 축구 애호가께서는 올해 월드컵 중계를 시청하시면서 브라질 정부가 축구장 상공에 질서 유지를 위해 띄워 둔 무인비행기를 발견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법조칼럼에서 무인비행기에 대하여 말씀드리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무인비행기의 보급이 법률가들에게 안겨줄 만만치 않은 과제들 때문입니다.

우선 토지 소유권의 문제를 보겠습니다. “토지 소유자는 그 토지 위의 천국(天國)까지 소유한다.”는 법언은 13세기 이탈리아에서 유래합니다. 이 법리는 영미의 보통법으로 수용되어 수백 년 동안 구부러진 나뭇가지나 기울어진 담벼락을 둘러싼 이웃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비행기가 등장한 20세기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미국 의회는 1926년 법률을 제정하여 500피트 이상의 상공을 공공의 영역(public domain)으로 지정하여 토지 소유권의 행사를 제한하고, 연방항공청에 강력한 규제권한을 부여합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46년 토지 소유권의 범위는 지표로부터 83피트 상공까지 미친다고 판시하면서 그 이하로 비행한 공군기로 인하여 닭들이 폐사한 사안에서 양계장 주인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US v. Causby). 그래서 미국 산업계는 연방항공청의 규제권한도, 토지 소유권도 미치지 않는 공간인 83피트 초과 500피트 미만의 고도로 비행할 무인비행기를 개발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집 앞마당에서 청명한 가을 하늘을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감상하던 토지 소유자에게 무인비행기는 결코 반갑지 않은 손님일 것입니다.

무인비행기를 이용한 수사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미 외국의 일부 수사기관은 무인비행기로 사람들의 움직임을 한 눈에 조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시간 체공이 가능한 무인비행기로 피의자를 추적한다면, 쉽사리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그러나 무인비행기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위험이 있습니다. 소음이 거의 없는 무인비행기에 안면인식과 적외선감지 기능이 있는 카메라가 장착되면, 시민들이 24시간 감시당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습니다.

무인비행기로 수집한 막대한 정보가 수사 외의 목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기업이 수집한 정보에 대한 수사기관의 접근을 어느 범위에서 허용할지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수사기관은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에 의하여 특정된 목적에 따라 무인비행기를 사용하도록 하고, 이처럼 취득한 정보에 대해서도 그 보유기간 등에 관한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무인비행기의 경우처럼 기술의 발달은 늘 법률가에게 새로운 과제를 제시합니다. 돌이켜 보면, 건축기술의 발달은 고층 주거지역에서 일조권 분쟁이 발생한 배경이 되었고, 의료기술의 발달은 연명치료의 한계 설정이라는 과제를 안겨주었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국경을 초월한 사이버 명예훼손행위에 대한 국가 간의 단속권한 조정과 같은 문제는 애당초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법부는 고도의 기술사회에서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인 법의 생명력을 지켜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판사들은 기술의 발달에 따라 변화하는 삶의 모습에 주목하고, 이에 대응하는 합리적인 법해석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판사들의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제가 무럭무럭 자라난 아들과 함께 무인비행기가 배달해 온 자장면을 먹을 그 날에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