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이 출연하는 주부합창단과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연주회장에서 특출한 기교는 아니지만 혼신을 다하면서도 행복해하는 연주자들의 모습에 감동이 밀려왔던 기억이 있다. 나이 들어가면서 눈물이 많아진다는 역감수성 탓인지, 아니면 선율마다에 나의 인생도 함께 실려서인지 한순간 눈물이 났고 그러고 나니 마음이 한결 정화되는 듯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찍이 “비극은 연민과 공포의 감정을 불러일으킴으로 해서 정서의 카타르시스(katharsis)를 가져 온다”는 언급으로 ‘예술정서론’에 주목했다. 비단 비극이 아니더라도 예술이 갖고 있는 정서적 성격은 인간을 짓누르는 불순한 감정을 말끔하게 씻어주고, 마음의 정화를 통한 순수한 쾌감에 의해 인간은 이성적이 된다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예술작품 감상을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결국 예술이 주는 힘이라 생각해본다.

음악에서 얻는 위안은 그림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술사에서 최초로 완전 추상을 이룩한 화가로 평가받고 있는 칸딘스키(1866∼1944)는 음악에서 비롯된 청각적 체험에 대한 인상을 표현한 작품을 다수 남겼다. 작품 ‘인상3-콘서트’(1911년 작)는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콘서트에 다녀와서 콘서트홀의 분위기와 음악에 대한 상징을 형태와 색으로 나타내면서 청각적 인상과 시각적 인상을 동시에 묘사한 것이다. 검은 색 면은 무대 위에 있는 그랜드 피아노이며 왼편 여러 개의 작고 검은 곡선들은 무대 가까이에서 음악을 듣는 청중들이다. 노란색으로 상징되는 쇤베르크의 소리가 홀을 가득 채우고 있어 인상적이다.

칸딘스키는 “미술이 자연의 모방이 아니라 색채와 선을 이용한 감정의 표현이라면 아예 자연을 몰아내고 색채와 선의 효과만을 따름으로써 더욱 순수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인식에서 비재현적인 방법, 즉 추상이라는 새로운 회화적 제안을 하였던 것이다. 실제 대상을 지니지는 않았지만 미술과 색채로 표현된 음악은 우리에게 또 다른 영감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것 같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