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지표가 되지 못한다고 세계적인 컨설팅 전문가인 골드스미스(Marshall Goldsmith) 박사는 조언한다.

오랜 고민과 지독한 삶의 무게가 시간과 덧대어져 사람들의 정신을 피폐하게 하고 무거운 공기와 소음들은 문명의 찌꺼기로 우리네 울타리와 서로 간 소통의 벽을 만들고 있다. 이런 스트레스 속 탈출구는 없는 것일까?

2009년 문화기획으로 광산구 아파트 레지던시를 조성하여 3년간 거주하다가 더 큰 목적의 꿈을 향한 여행을 시작했다.

아무런 목적 없는 휴식이 아닌 삶 자체의 여행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누리고자 하는 현재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혹자는 선선한 바람으로, 밤하늘의 맑디맑은 별자리로,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로, 깊은 생각이 함께하는 오지 산마루를 위한 길을 나서지만 붓 한 자루와 종이 몇 장이면 충분한 예술가의 나섬은 공상과 의식이 덧대어진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진지함이 아닐까?

담양의 부름에 의한 나의 예술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몇만 년 동안 알 수 없는 깊이의 고요에서 수련하다가 이제 막 빛의 눈부심으로 나와 천만리라도 꿰뚫을 투명함을 간직한 물방울처럼 맑은 하늘과 공기, 오염되지 않은 죽향(竹香) 속 느린 발걸음.

길게 전후 상하(前後上下)로 뻗은 녹림(綠林), 억지스럽지 않은 갖가지 꽃을 피워내는 흙 길.

이 모든 것이 마음속 공상과 상충되어 길을 나서게 했다.

광주에서 승용차로 20분 이내 거리, 각화동에서 311번 버스로 20분 이내 거리에 담양의 죽녹원(竹綠苑)이 있다.

입구에 올라서 그 흙 길을 거닐면 맨 처음 마주하게 되는 공상. 홍콩배우 주윤발의 와호장룡(臥虎藏龍)! 나도 몸을 가벼이 수련하여 대나무 끝 잎 새의 바람을 느껴볼까? 그 위에 발끝의 가벼움을 살며시 포개며 뒷짐진 자신의 모습!

길게 이어진 산책으로 온몸 구석구석 들여진 맑은 기운을 머금고 나와 다리를 건너 관방제림(官防堤林)의 세월을 느껴본다.

길 위에도 그 세월의 흔적을 새기며 깊은숨을 고르는 굴곡진 근간들.

걸음마다 생명의 기운이 발끝에서부터 전해지고 상쾌한 허밍으로 살아난다.

그 뚝방길에선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충장로에 나가 젊은 시선을 탐닉했던 기분과는 다른 시각이지만 건강한 젊음이 다르지 않은 즐거운 남녀의 가벼운 차림이 눈길을 잡아채곤 한다.

천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오랜 나무의 결이 나지막하게 속삭여주는 충고와 일정하게 삼각형 창끝 모서리를 하늘로 뻗은 백만 군대의 기합처럼. 메타세쿼이아 길의 바람이 전하는 말.

너희 스스로의 삶을 위한 현실을 즐겨라!



*장현우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졸업. 중국로신미술학원 왕성렬 예술중심 수학.

-개인전 17회. 국내외 그룹초대전 500여회.

-영무예다음 창작공간 레지던시. 북경광주시립미술관 레지던시. 현재 한국미협 및 전업미술가협회 회원, 담양군 문화재단 국제예술 창작촌 총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