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순결하기만 한 풍경을 발견하려면 더 멀리 가야한다.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라곤 헐어빠진 바라크 한 채밖에 남지않은 인적없는 긴 모래언덕들이 그것이다. 때로는 아랍인 양치기가 모래언덕 꼭대기로 흑백 얼룩이 염소떼를 몰고 간다……그러면 별들이 비 오듯 하는 광막한 밤이다.”

‘이방인’을 쓴 작가 알베르 카뮈가 어느 책에선가 한 말이다. 그는 “여행이 귀중한 것은 미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라고도 했다.

기실 창작하는 사람에게는 창작에너지와 영감의 충전을 위해 멀리 떠나는 두려움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인도 북동쪽에 인도인들의 성지이면서 영혼의 안식처라고 여기는 갠지스강이 있는 바라나시가 있다. 그와는 정반대 북서쪽에 자이살메르가 있는데 한 달여의 여정 중에 이곳은 꼭 가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우리나라의 도개념인 라자스탄 주에 속해 있는 도시이다. 핑크도시라 불리면서 주도인 자이푸루, 그리고 블루도시라 불리는 조드푸루와 함께 도시의 색채가 누렇게 보여서 골든시티라 불리는 곳이 자이살메르이다.

자이살메르에는 중세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아주 근사하고 멋진 성이 있다. 성채 뒤에서부터 ‘타르사막’이 시작된다. 타르사막은 흔히 생각하고 있는 중국 돈황의 명사산 고운 모래사막이나 고비사막과는 느낌이 전혀 다른 사막이다. 곱지 않은 황량한 사막이다.

짧지만 4일간 낙타와 한 몸이 되어 사막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본다.

그저 낙타에 의지해서 뜨거운 태양과 함께 방랑자처럼 터벅터벅 가다가 밤이 되면 모랫바닥에 그냥 모포 하나 깔고 침낭 속에 몸을 맡긴다. 처음 사막에 누워서 밤하늘의 별을 보다 그 장관에 깜짝 놀랐다. 도시와는 달리 별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그리고 왜 그렇게 가까워보이는지 손을 뻗어서 낚아채면 한 뭉큼의 별들이 비 오듯이 그야말로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다. 사막의 밤기온은 겨울날씨와 같이 체감온도가 영하인 것처럼 느껴진다. 낮과 밤은 그야말로 열정과 냉정 사이이다.

낙타와 함께한 사막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마음 한구석에 진한 여운으로 남아있다. 현대 도시문명에 살면서 바다의 수평선을 간혹 보게 되면 알 수 없는 아련함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자이살메르 성벽 위에 앉아서 저 멀리 사막의 지평선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되는 것 같다. 그것도 하늘이 붉게 물든 지평선 너머로 일몰을 보고 있노라면 아련함을 떠나 뭔가 가슴이 멍멍해 진다. 그것도 엄청나게 거대해 보이는 태양이 순식간에 떨어져 주변사막에는 금방 어둠이 찾아 온다.

삶의 희로애락도 어느 한순간 이처럼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런 지평선을 보고 있노라면 순간 수없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한다. 교만, 미움, 사랑, 탐욕, 이기심, 추악함 등 버려야 할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삼라만상들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여행에서의 특별한 경험은 자신의 내면성찰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깊은 배려심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왠지 타인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또한 자신에게도 한없이 겸손해져야 하지 않을까도 자문해본다. 광활한 사막 앞에서 모래 한 알처럼 하잘것없는 자신의 허약한 존재감으로 인해 마음 한구석에 허무가 가득 채워진다.

이러한 허무로 채워진 빈곤이 초라해진 자신에게 오히려 스스로에게 위안이 돼주고 위로가 되어 뒤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그래야 조금은 진정한 자유로운 영혼을 말할 수 있지않을까 싶다.

순간순간 말을 할 때보다는 차라리 침묵을 지킬 때가 더 인간다워 질 때가 있다. 별로 특별할 것도 거창할 것도 없는 평범한 일상에서 때로는 삶에 지치고 무기력해질 때 정갈한 고독과 함께 우리가 찾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 정상섭 프로필

정상섭

-조선대 미술과·동대학원 졸

-개인전20회(서울·광주·필라델피아·휴스턴)

-백제의 바람 전(교토), 오늘의 세계미술현장 전(서울), CAPPING전(동경) 등 그룹 전 150여 회 참여

-호남예술제, 광주시·대구시미술대전심사위원 역임

-현 한국미협 및 전업미술가 회 회원, 아시아문화중심도시지원포럼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