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에 우표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전국 유일의 민간 박물관이 들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1일 담양군 등에 따르면 담양 대전면 대치리에 있는 박물관은 민간에서는 유일한 우표 박물관이다. 지난 3월 14일 임시로 문을 열었으며, 지난달 18일 전남도에 등록돼 정식 개관했다.

조각가인 나상국(57)씨의 아내 이진하(50·여)씨는 남편의 조각 작업실을 일부를 리모델링해 우표 전시공간을 만들고, 자료실과 수장고도 갖췄다. 일반적으로 우표 수집가들은 탈색 등의 우려 때문에 우표 전시를 꺼리지만, 이씨는 잊혀져 가는 우표를 이웃들과 공유하는 차원에서 전시를 결심했다고 한다.

우표 박물관의 관장을 맡고 있는 이씨는 “어린 시절 새 우표가 나오는 날이면 언니, 오빠들과 함께 아침부터 우체국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우체국 가는 길은 소풍 가는 것처럼 즐거웠다”면서 “우표가 통신수단의 변화로 점점 관심에서 멀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워 훼손을 각오하고 더욱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마당의 잔디밭을 지나 ‘우표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간판이 걸린 내부로 들어서면 소박하게 꾸며진 전시공간에서 이 관장 부부가 40여 년간 모은 우표들을 만날 수 있다. 엽서 크기의 ‘연하 우표’, 가장 오래된 ‘문위 우표’, 해방·헌법공포·88올림픽 고속도로 개통 등을 기념하는 우표와 역대 대통령들의 모습이 담긴 우표 등 1만여 점가량으로 추산되는 우표가 있다고 이 관장은 소개했다.

TV프로그램 ‘진품명품’에 소개된 것과 같은 종류의 우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우표 등 희귀 우표도 많다.

이 관장은 올해 담양 세계 대나무 박람회 기간동안 우표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우취인’들과 함께 초대전도 열 계획이다. 박물관을 우표 애호가들의 사랑방으로 개방할 생각이다.

이 관장은 “전시하지 못한 우표들이 많아 계절별로 전시물을 바꾸고 손편지 쓰기 등 프로그램도 진행해 우표의 가치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담양=정재근기자 jj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