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권(孫權 182-252)은 삼국시대 강동의 패자로 오나라를 세웠다. 위의 조조, 촉의 유비와 함께 천하를 다툰 걸출한 인물이다.

그는 강동에 기반을 둔 손견의 차남으로 맏형인 손책이 죽자 갑작스럽게 대권을 물려받았다. 손책은 조조와 원소가 벌인 관도 전투때 조조 편에 섰는데 중상을 입어 죽게 되었다. 손책은 임종시 손권에게 “전투에 관해서는 내가 너보다 한수 위일지 모른다. 그러나 현명한 신하를 등용하고 서로 일치하여 강동을 지킨다면 나보다 네가 나을 것이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손권의 자는 중모이며 182년 오의 수도 부춘에서 태어났다. 나이들수록 턱은 각이 지고 입은 커졌으며, 눈이 푸른빛을 띄었다. 강동의 벽안아(碧眼兒)라 불리며 제왕의 자리에 오를 상으로 평가받았다. 장소와 주유가 나어린 손권을 보좌할 핵심 참모가 되었다. 그는 “형님이 유언하면서 국내의 일은 장소에게 묻고 국외의 일은 주유에게 맡기라 하였다”며 장소와 주유에게 국정을 의지했다.

주유의 자는 공근으로 안휘성 여강현 출신이다. 일찍이 손책과 뜻이 맞아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늠름하고 용모가 수려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품격이 있었고 음악과 문학에 조예가 깊었다. 주유는 노숙을 추천했다. 노숙의 자는 자경으로 임회군 동성현 출신이다. 병서를 폭넓게 공부했고 지략과 무용이 뛰어났다. 노숙은 그에게 “강동을 차지하여 기반을 삼은 뒤에 천하의 정세를 살펴... 그런 연후에 제왕이라 칭하고 천하통일을 도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제갈량의 형인 제갈근도 노숙의 추천으로 참모가 되었다. “박학하고 충효에 깊은 사람이다”는 것이 추천의 변이었다. 이외에도 여몽, 육손, 서성, 정봉 등이 휘하에 몰려들었다.

208년 형주를 장악한 조조는 오나라에게 항복을 요구했다. 그로서는 일생일대의 위기였다. 항복은 조조의 신하가 되는 길이고 항전은 정권의 멸망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는 제갈량과 주유의 건의를 수용하여 결전을 선언했다. 그 유명한 적벽대전이 시작되었다. 화공계를 이용해 지리에 익숙치 못하고 풍토병에 시달린 조조군을 대파했다. 그 여세를 몰아 형주를 유비와 양분했다. 위·오·촉의 본격적인 세력각축이 시작되었다.

주유의 뒤를 이은 노숙은 기본적으로 친유비파였다. 유비와 힘을 합쳐 위나라에 대적해야 강동의 안위가 보장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217년 노숙이 죽자 오나라 조정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형주를 되찾아야 한다는 강경론이 득세하여 형주의 관우군을 공격했다. 관우는 여몽의 계략에 말려 비참하게 죽고 오와 촉은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었다. 유비는 이릉 전투를 일으켰으나 대패하고 벽제성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뒤틀어진 오와 촉의 관계가 다시 정상화된 것은 제갈량이 촉의 전권을 장악한 뒤였다. 229년 손권은 오나라 초대 황제가 되었다.

그의 가장 뛰어난 재능은 인재를 알아보고 잘 쓰는 능력일 것이다. 그가 재상으로 발탁한 주유 노숙 여몽 육손은 매우 뛰어난 인재였다. 그들 덕에 강동이 오랜기간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들을 극진히 대우했다. 주유에 대해서도 친형처럼 대하면서 우의가 매우 두터웠다. 자신이 황제가 된 후 “주유가 아니었더라면 과인은 황제가 되지 못했을 것이오”라고 정리를 잊지 않았고 주유의 자녀들을 각별히 보살펴 주었다. 여몽이 병으로 죽자, 눈물을 흘리며 비통해 마지 않았다고 한다. 육손을 나라의 간성(干城)으로 의지하고 깊이 신뢰하였다. 그러나 말년에 접어들수록 날로 교만해졌고 신하에게 예의와 겸손으로 대하는 태도가 사라졌다. 진수는 삼국지에서 그에 대해 “손권은 성격적으로 의심과 투기가 많고 사람을 지나치게 많이 죽였으며 말년에 이르러서는 점점 더 심해졌다”고 평하고 있다.

그의 말년은 후계자 갈등으로 인한 궁중 권력투쟁으로 점철되었다. 장남 손등이 33세에 죽자 동생인 손화와 손패 사이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해 조정은 내분으로 멍들어갔다. 252년 그가 사망하자 나어린 손량이 뒤를 이었지만 280년 진의 사마염에게 나라를 잃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