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사람의 인생에서 소를 제기하여 법정에 선다는 것은 매우 중대한 사건이다. 소가 제기되기 전 당사자 간의 합의로 분쟁의 해결에 이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일단 법원에 소를 제기하기로 결심한 이상 그 시작부터 종국에 이르기까지 소송을 어떻게 수행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소송을 수행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 이러한 매순간의 선택이 모여 소송의 최종적인 결과가 도출된다.

그렇다면 소송에서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선택을 해야 할까? 사실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모두 다를 뿐만 아니라 사건의 성질에 따라 최적의 결과를 얻는 선택지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송 또한 재화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투자행위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매몰비용의 오류를 피해 기댓값에 따른 선택을 하는 것이 항상 최선의 선택지가 된다.

소 제기 전 당사자들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이미 많은 재화와 시간을 사용한 상태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당사자가 소송대리인 선임을 주저한다. 아직까지 법률서비스 제공에 대하여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약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분쟁해결에 사용하였던 돈에 추가로 상당한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송의 단계까지 들어선 분쟁에서 그 승패가 명확한 사건보다는 청구원인을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따라 승패가 나뉠 수 있는 사건이 훨씬 많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소송 현실에서는 법률전문가인 소송대리인의 유무에 따라 승소확률의 차이가 매우 커진다. 특히 일방에 소송대리인이 선임되어 있으나 다른 일방에는 소송대리인이 선임되어 있지 않은 경우 더더욱 그렇다.

즉, 소송대리인 선임시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에서 그 선임비용을 제외한 금액과 본인 소송시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을 비교하여 그 기댓값이 큰 쪽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소송대리인 선임시 승소확률이 더 높은 것은 자명하므로 소가가 클수록 소송대리인 선임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도 상당수의 당사자는 소가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호가함에도 소송대리인 선임 없이 소송을 수행하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재판부가 조정을 권유하거나 화해권고결정을 하는 경우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 또는 1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 항소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면서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매우 많다. 재판부로부터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받은 경우 그동안 사용한 재화와 시간이 아까워 이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소송에 투입한 비용은 회수할 수 없으므로 이전에 투입된 비용은 고려하지 않은 채 현재 단계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선택지가 무엇인지를 고민한 후 이에 따른 결정을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즉, 소송유지 및 항소시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이익이 소송 종국시까지 추가 투입될 기회비용보다 커야 소송유지 및 항소의 이익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재판부의 조정안이나 화해권고결정을 크게 벗어난 1심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선고된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변경될 가능성은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더욱 희박하다. 오히려 확정된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상존한다. 반면 소송기간이 길어질수록 당사자가 본업에 충실하여 얻을 수 있었던 기회비용은 계속 증가한다. 확률상 조정이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이거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하지 않는 편이 소송유지 및 항소의 경우보다 기댓값이 더 큰 것이다.

결론적으로 소를 제기하면서는 특별히 소가가 작은 경우가 아닌 한 소송대리인을 선임한 후 1심에서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여 소송을 수행하되, 재판부가 조정안을 제시하거나 화해권고결정을 내린 경우 또는 1심 판결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 시점에 소송을 종결하는 것이 가장 확률적인 기댓값이 높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앞서 설명한 것과 반대되는 선택이 행해지고 있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 자원 배분의 관점에서도 큰 손해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앞으로 막연한 기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확률에 베팅하는 당사자가 더 많아지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