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27일 공포돼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 예정이며, 최근 헌법재판소로부터 합헌결정을 받은 일명 ‘김영란법’이라 부르는 법의 정확한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청탁금지법)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은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최초 입법을 추진했던 법안이라, 법률이 공식명칭을 가지고 제정돼 곧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도 ‘김영란법’이라는 명칭이 익숙하게 통용되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은 제1조에서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收受)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하여 입법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면서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직자와 언론사·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은 부정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2호에서 허용하는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등”과 관련해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상한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부정청탁금지법이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사단법인 한국기자협회,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헌법재판소에 4건의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27일 청구인 한국기자협회의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에 대해서는 부정청탁금지법이 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합헌결정을 하였다.

이에 따라 공직자는 물론 언론인, 사립학교 관계자들 역시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무관하게 동일인으로부터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을 수 없고, 직무 관련인으로부터는 3만원 이상의 식사대접 등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관련, 부정청탁금지법의 적용이 부적절해 보이는 대상이 포함되어 있다거나 국회의원들에게 교묘하게 면죄부를 주는 것과 같은 조항이 삽입되어 있으며, 3만원 등으로 정해진 상한선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부정청탁금지법은 당장 다음 달부터 시행될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은 법 개정이라는 적법한 절차를 통하여 시정되어야 할 것이므로, 앞으로는 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한 비판만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부정청탁금지법을 잘 적용하고 준수하여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접대문화를 불식시키는 것이 규범의 수범자인 우리들의 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청렴지수) 중 우리나라는 56점으로, 지난 2008년부터 7년째 OECD 34개국 중 27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을 통해 ‘부패 후진국’의 오명을 벗고 상위 5개국 중 덴마크·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 4개국을 포진시킨 북유럽 수준의 국가청렴도를 갖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