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8일자로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일각에서는 이 법의 적용범위와 관련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지만 입법 취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는 듯하다. 법의 내용이나 제한정도에 대한 부분은 차치하고서 필자도 이 법이 시행되면서 나타날 긍정적인 효과를 크게 기대한다.

이 법의 시행이 다가오면서 공공기관 등에서는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례가 집적되지 않아 법조계 내부에서도 아직 어느 범위까지 법에 위반하는 것인지 단언해서 말하기 어렵다.

이에 이 법의 적용대상자들은 작은 부분에까지 조심하면서 몸을 낮추고 있고,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밥값을 계산할 때 각자 먹은 양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교육을 했다고 한다.

이 법의 시행에 긍정적인 기대를 걸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법을 제정하게 된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유교사상 토대에서 전통적으로 공직에 들어가는 것을 성공의 척도로 여겼던 우리나라에서 청렴결백한 선비정신이 얼마나 부족했기에 ‘3·5·10’이라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하면서 공직자들의 행동을 규율하는 법까지 만들어야 했을까. 국민들이 우리나라 공직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필자는 현 시대와 같은 상황을 만든 큰 이유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무엇인가 주고받는 대가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만 익숙했지, 다른 사람과 진심어린 관계를 나누지 못했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줄을 세우면서 옆 친구와 경쟁하는 것만 배워왔고, 성년이 되어도 성공을 위해 누군가에게 줄을 서야 하는 현실은 부정한 청탁과 대가를 가장 효과적인 처세술로 바꾸어 버렸고, 그러한 삶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맺어진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그 관계를 진심과 진정성이라는 이름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하면서 성공의 길을 걸어왔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법조비리 당사자들의 경우에도 그러하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천재라는 말을 들어왔고 소위 일류대학을 나와 승승장구해왔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훨씬 많은 것을 누려 왔음에도 그들만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만들었고 결국 그곳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아니 나오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나올 필요도 없었다. 누구나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먼저 나서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이 법이 제정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정작용을 가지고 있었다면 두 말 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이 법의 시행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상식이 통하는 건전한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 법의 시행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을 수 있고 크고 작은 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제도나 법을 새롭게 시행하면서 몇몇 문제점이 발견되는 것은 당연하다. 혼란이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이 법의 빛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이 법으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후손들이 우리 세대에서 ‘김영란 법’이라는 법률이 시행되었다는 점을 신기해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