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명 연예인이 2년 전쯤 역시 연예인들과 함께 진행하는 건강관련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해 유명해진 의사로부터 수술을 받고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이 유명 의사에게 의료상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한 민·형사상 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 유명 의사는 소송 중에도 비슷한 의료행위를 하였다가 또 다른 사망자가 발생해 검찰로부터 추가 기소를 당하였다. 이 유명 의사에게 실제 의료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는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사고에 대처하는 그의 태도, 즉 자신이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기 때문에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계속해서 유사한 의료행위를 해도 무방하다는 그의 행동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의료과실이란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수행함에 있어서 당시의 의학지식 또는 의료기술의 원칙에 준하는 업무상 필요로 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환자에게 적절치 못한 결과를 초래한 것을 의미한다. 의료과실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그 전문성과 폐쇄성, 의무기록에 대한 접근의 불용이성 등으로 인해 환자가 의료진의 의료과실을 밝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대법원은 의사의 치료 도중이나 치료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외에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그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의료과실에 대한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아직도 증거의 편재성 등으로 인하여 환자 측에서 의료상의 과실을 입증하는 일은 너무 멀고도 험한 길이다.

이에 따라 억울함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많고 의료상의 과실을 대하는 의료진의 태도는 과거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즉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잘못의 인정과 그에 상응하는 진심어린 사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의료진은 우선 자신들은 잘못이 전혀 없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어렵게 의료상의 과실이 밝혀지더라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보다는 의료상의 관행이라거나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기 일쑤다.

의료상의 과실과 관련해 단적으로 비교되는 두 건의 소송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사건이 진행될수록 의료진에게 의료상의 과실이 없었던 것이 명백해지는 사건이었고, 다른 사건은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고 그것과 관련된 의료행위에 의료상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사건이었다.

첫 번째 사건의 의료진은 자신에게 의료상의 과실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에게 일어난 불행한 결과에 대한 위로의 의미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조정에 응하였다. 두 번째 사건의 의료진은 자신이 범한 잘못은 전혀 의료상의 과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설사 잘못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소한 잘못에 불과할 뿐이므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뜻을 견지하였다.

의료행위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실수가 개입될 여지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상의 관행이라거나 단순히 다른 의사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 의료상 무과실의 판단기준이 되는 현대 의학기술이나 의학원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상의 관행이 아닌 실제 현대 의학기술이나 의학원칙 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환자의 불행이 최소화되고 궁극적으로는 의료진의 불행 또한 최소화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