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경 광주지법 순천지원 판사]피고인으로부터의 편지
2016년 11월 28일(월) 00:00 가가
어느덧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다가왔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재판을 해왔으니 이제 형사재판장으로 재판을 한 지 1년이 조금 넘어가고 있습니다.
형사재판장으로 일하다보면 참 많은 편지를 받게 됩니다.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내용의 피고인의 편지, 아버지와 함께 갔던 행복한 소풍 날의 사진을 붙인 아버지를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하는 어린아이의 편지, 혹은 자신을 이렇게 힘들게 한 피고인을 엄히 처벌해 달라는 피해자의 편지…. 이런 편지들을 읽을 때면 가뜩이나 고민 많은 형사재판장의 자리가 더욱더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곤 합니다.
1년 남짓 형사재판장으로 근무하며 받은 편지 중에는 제가 예상할 수 없었던 사람의 편지도 있었습니다.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인출책으로 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습니다. 가족 생계를 위하여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며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는 재판이 끝날 때쯤 자신의 아버지가 얼마 전 말기 암 판정을 받았고, 아들로서 큰 불효를 저질러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아픈 것 같아 너무 괴롭다고 하며 눈물을 보이고 법정을 떠났습니다. 2주가 지나 저는 그에게 실형을 선고했고 이에 대하여 그는 항소를 했습니다.
저의 기억 속에서 그의 얼굴이 거의 잊힐 때쯤 그에게서 편지를 받았습니다. 의외의 편지였습니다. 재판이 계속 중일 때에는 피고인으로부터 여러 통의 편지를 받지만, 재판이 끝난 뒤에 편지를 받는 일은 드물고 게다가 저는 그가 원하는 결과의 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편지 받을 일은 더더욱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편지는 실형을 선고받기는 했지만 자신은 안 좋은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인데 재판을 받는 동안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걱정해주고 인간적으로 대해준 것에 대하여 감사함을 말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가 보내온 편지를 읽으며 제가 운영하는 형사법정에 대하여 한 번 더 생각해보았습니다. 재판을 하면서 그와 대면한 시간은 모두 합쳐봐야 한 30분, 법정에서 그를 위해 한 말은 사실 거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선고를 마치고 울고 있는 그를 위로하려고 한 몇 마디 말을 그가 기억하고 고맙다고 느끼고, 저의 말과 행동을 인간적으로 느껴주었다면 어쩌면 제가 더 감사할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공정한 시각으로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법관으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법정에 온 많은 사람들을 제가 과연 인간적으로 대해왔던 것인지, 형사법정에서 지켜야 할 많은 것들을 방패삼아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들을 계속 판단하려고만 한 것은 아닌지, 해결하여야 할 많은 사건을 핑계 삼아 모든 사건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오롯이 담겨있음을 잠시 잊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1년을 돌아보니 제가 그동안 했던 일은 늘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인생의 무게가 때로는 버겁고, 때로는 큰 보람도 있었습니다. 함께 묵묵히 이 힘들고 외로운 일을 해내고 계신 많은 선배들과 동료들에게 마음속으로 깊은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제 법정에서 재판을 마치고 간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형사재판장으로 일하다보면 참 많은 편지를 받게 됩니다.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내용의 피고인의 편지, 아버지와 함께 갔던 행복한 소풍 날의 사진을 붙인 아버지를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하는 어린아이의 편지, 혹은 자신을 이렇게 힘들게 한 피고인을 엄히 처벌해 달라는 피해자의 편지…. 이런 편지들을 읽을 때면 가뜩이나 고민 많은 형사재판장의 자리가 더욱더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곤 합니다.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인출책으로 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습니다. 가족 생계를 위하여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며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는 재판이 끝날 때쯤 자신의 아버지가 얼마 전 말기 암 판정을 받았고, 아들로서 큰 불효를 저질러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아픈 것 같아 너무 괴롭다고 하며 눈물을 보이고 법정을 떠났습니다. 2주가 지나 저는 그에게 실형을 선고했고 이에 대하여 그는 항소를 했습니다.
그가 보내온 편지를 읽으며 제가 운영하는 형사법정에 대하여 한 번 더 생각해보았습니다. 재판을 하면서 그와 대면한 시간은 모두 합쳐봐야 한 30분, 법정에서 그를 위해 한 말은 사실 거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선고를 마치고 울고 있는 그를 위로하려고 한 몇 마디 말을 그가 기억하고 고맙다고 느끼고, 저의 말과 행동을 인간적으로 느껴주었다면 어쩌면 제가 더 감사할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공정한 시각으로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법관으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법정에 온 많은 사람들을 제가 과연 인간적으로 대해왔던 것인지, 형사법정에서 지켜야 할 많은 것들을 방패삼아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들을 계속 판단하려고만 한 것은 아닌지, 해결하여야 할 많은 사건을 핑계 삼아 모든 사건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오롯이 담겨있음을 잠시 잊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1년을 돌아보니 제가 그동안 했던 일은 늘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인생의 무게가 때로는 버겁고, 때로는 큰 보람도 있었습니다. 함께 묵묵히 이 힘들고 외로운 일을 해내고 계신 많은 선배들과 동료들에게 마음속으로 깊은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제 법정에서 재판을 마치고 간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