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변호사] 촛불시위 그 다음에는
2016년 12월 05일(월) 00:00
1649년 1월, 영국 왕 찰스 1세는 전통법과 국가의 자유를 전복시키려 했다는 혐의, 즉 반역죄로 최고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찰스 1세는 최후변론에서 ‘어떠한 법정도 신으로부터 기름부음을 받은 왕을 재판할 수 없다’며 자신이 법 위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최고법원은 ‘국민이야 말로 모든 정당한 권력의 원천’이라고 선언하고 결국 그를 처형하였다. 신의 대리인이었던 절대군주를 법의 이름으로 처단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영국은 절대군주제의 피비린내를 씻어내고 입헌군주제를 확립하였다. 최초의 시민혁명, 이른바 ‘청교도 혁명’이다.

우리에게도 300여 년 전 절대군주에 저항하여 시민혁명을 일으켰던 영국인들처럼, 불의에 항거한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시위를 통해 무능하고 부패한 독재정권을 끌어 내린 4·19 혁명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 그리고 가깝게는 마찬가지로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시위를 통해 대통령에 대한 선출 권한을 다시 국민에게로 되찾아온 1987년 6월항쟁의 역사가 있다.

다만, 당시의 역사에서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것은, 국민들이 무엇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들고 일어섰는지를 잊어버린 채 일차적인 목표 달성에 머무른다면, 우리 사회는 어느새 제자리로 되돌아와 있거나 혹은 오히려 퇴보해 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4·19 혁명 당시에는 이후 정치인들의 분열과 야합으로 인해 혼란이 수습되지 못하자, 불과 1년여 만에 5·16 군사쿠데타가 발생하여 이후 20년간 우리의 민주주의는 오히려 퇴보하고 말았다. 또한 1987년 6월항쟁 이후에는 민주세력의 분열로 인해 1노 3김(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간의 4파전으로 대통령선거를 치르게 되면서, 국민의 손으로 군부세력에게 직접 정권을 맡기는 상황이 발생되고야 말았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참으로 오랜만에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언론에 힘입어 드러나게 됐다. 이후 또 다시 우리 국민은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시위를 통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의 뜻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국회 역시 이러한 국민의 열망에 화답하여 즉각적인 대통령 탄핵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그리고 만에 하나 탄핵절차에서 국민이 기대하던 결론이 내려지지 않더라도, 현 대통령의 임기가 1년 여 밖에 남지 않은 이상 어찌됐든 늦어도 내년 말이면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게 될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이다. 이제라도 철저한 검증을 통해 자신에게 그러한 권력을 위임한 이, 즉 이 나라의 주권자는 바로 국민임을 늘 되새기며, 무엇이 자신이 속한 정파나 정당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인지, 어떻게 해야 계속해서 국민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하는 제대로 된 정치인을 우리의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국민을 근 30여년 만에 또다시 거리로 나오게 만든 사람을 그럴싸하게 분장하여 대통령으로 만들고 이후 그 정권에 부역한 이들에게 ‘국민들을 실망시킨 정권에 적어도 연이어 재신임을 해주는 일은 없다’는 명확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단지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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