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성탄절이었습니다. 종교가 없는 저 조차도, 도시 이곳저곳에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불빛과 거리 행인들의 손마다 들린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가 주는 장면의 따뜻함에 취해 근처 상가에 가서 조카들에게 줄 작은 선물들을 몇 개 샀습니다. 덤으로 얻은 따뜻하고 뿌듯한 느낌은 가벼워진 지갑의 무게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해마다 이맘쯤이 되면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덕담을 건네며 주위 사람들과 선물을 주고받는 일이 많아집니다. 어쩌면 이 시기에 주고받는 선물의 의미는 한 해 고생이 많았음에 대해, 또 한 해 잘 버텨낸 것에 대해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의미에 무게가 담겼다고 보아도 무방하겠지요. 특히 유례가 없는 경기 침체와 정치적인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올 연말연시 선물을 통해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것이 꼭 필요한 치유행위가 아닐까 싶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요즘은 스스로에게 선물을 하는 것이 일종의 유행이라고 합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은 물론이거니와 연애도 기피하는 젊은 세대들이 삶에 지친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유행은 어쩌면 특별히 선물을 주고받을 상대가 없는 절대적인 외로움과 고독감을 달래려는 것에 원인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직업상 가사사건의 변론을 종종 맡는 저는 과소비하는 아내의 성향을 이혼사유로 꼽는 남성들의 주장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과소비하는 남편의 성향을 이혼사유로 주장하는 여성의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살펴보면 결혼 전부터 본래 사치나 과소비의 행태를 보이기보다는, 결혼 후 자신에게 애정을 보이지 않는 배우자에 대한 항의나 반발심의 한 방법으로 시작했다가 종국에는 소비로부터 자신의 처지를 위로 받는 정신적 문제로 발전하는 경우가 더 많음을 보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고 합니다. 군중 속에서도 고독감을 느끼는 것이 인간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모든 인간이 다 다르다’는 절대명제에 기인한 것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느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인간은 자신만의 우주를 갖는 존재라고도 합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혼자는 살 수 없어 외로움을 극복하며, 인간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존재이고 공감의 능력은 이처럼 외로운 인간을 하나로 묶는 좋은 융화제입니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 국민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촛불집회로 상징되는 ‘국민대통합’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겠습니까. 국민대통합이 ‘실정에 대한 분노’라는 국민의 공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요.

올 한해 우리 국민은 실정에 대해 큰 상처를 받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서로의 다름에서 오는 외로움을 극복하고, 우리 공동의 문제에 대해 공감하여,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경험’이라는 큰 선물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올 한해, 병신(丙申)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역사에 남을 만큼 혼란스러운 한 해가 지나갑니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은 하루하루 뚜벅뚜벅 잘 버티고 견뎌내 왔습니다. 다시 한 번 국가는, 민주주의는 국민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지 위정자들 몇몇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우리 국민 모두 힘든 한 해를 잘 버텨온 자신과 가족, 동료들, 주변 이웃들에게 작은 꾸러미, 아니 마음이 담긴 감사의 말 한마디라도 함께 나누는 시간을 보내시길 소망합니다. 그리고 새 해에는 개개인의 건강과 발전뿐만 아니라, 국민의 충실한 종복, 선량한 정치인을 볼 수 있는 혜안을 덤으로 얻어 새로운 리더를 선출함으로써 좋은 선장을 맞이하는 큰 선물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