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로서 많은 피해자들을 접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형사처벌보다는 실질적인 화해 내지 피해회복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재산범죄의 피해자들은 금전적인 피해회복을, 기타 범죄의 피해자들은 재발 방지나 감정의 회복 등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검사로서 보람을 느낀 업무 중 하나는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화해하는데 도움을 주어 형사분쟁이 종국적으로 해결되었을 때이다. 형사분쟁에 있어서도 당사자간의 화해는 범죄인의 양산을 막을 수 있다는 형사정책적 의의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계속되어온 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

그러나, 자발적인 화해를 이끄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았음에도 좋은 결과에 이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연일 야근을 하면서 당사자의 화해를 이끌기 위하여 충분한 시간과 정성을 쏟아붓기 어려운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업계 및 지역 실정에 대한 무지, 검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거부감, 나이에 대한 편견 등의 이유에 의하여 검사가 종국적인 화해를 이끄는데 한계가 있기도 하다.

이러한 한계점에 착안해 고안된 제도가 형사조정이다. 검찰청에서는 2009년 10월29일부터 범죄피해자의 실질적 피해 회복과 아울러 지역사회의 동참을 통한 형사분쟁의 자율적 해결을 촉진하기 위하여 형사조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역의 법조계·교육계·의료계·종교계·문화계·언론계 등 각계에서 형사조정에 필요한 조정능력 및 법적지식 등의 전문성과 학식·덕망을 갖춘 사람들을 형사조정위원으로 위촉해 지역에서 발생한 형사분쟁을 그 지역의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체적으로 해결하게 하는 데 취지가 있다.

광주지검은 형사분쟁 관련해 업계 및 지역 실정을 잘 알고, 그 분야에 능통한 전문가를 형사조정위원으로 선정하기 때문에 조정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형사조정위원은 같은 지역 사람이라는 동질감으로 인하여 당사자의 말을 경청하게 되고, 당사자는 형사조정위원의 전문성 및 지역유지라는 사회적 위치 등으로 그들의 말을 존중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형사조정위원들은 형사조정에 대한 열정과 위원으로서의 자부심으로 헌신적인 활동을 하고 있어 형사조정성사율도 58.4% 정도로 놀라울 정도에 이른다.

검사는 형사조정이 성립한 사건에 대해서는 각하 등으로 처분하거나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하기 때문에 당사자간의 분쟁이 종국적으로 해결될 뿐만 아니라 중대범죄의 해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필자는 타지역 근무시에는 형사조정에 대하여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광주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형사조정제도를 적극 활용한 결과 당사자들로부터 많은 감사전화를 받았다.

어느 지역사회나 구성원들간의 갈등이 있게 마련이지만 형사절차에 의해 처리할 필요가 없는 경미사안은 지역사회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건강한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리라 본다.

광주지검 형사조정위원들의 헌신과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지역주민들이 건강한 지역공동체 형성에 일조하고 있는 광주지검의 형사조정제도에 보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