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검사는 매일 자기 사건을 배당받는데, 그날은 사기·절도 등 비교적 낯익은 사건들 속에서 다소 생소한 죄명이 눈에 띄었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매매)’.

사건의 내용은 비교적 간단했다. 익명의 시민이 ‘노부모와 미혼의 남매가 살고 있는 집에서 갑자기 신생아가 보여 아동매매로 의심된다’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이에 경찰이 수사한 결과, ‘미혼의 남매인 피의자들이 아기를 키우고 싶은 호기심에 어떤 친모로부터 잠시 아기를 받아 키우다가 돌려준 것에 불과하여 혐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기록을 한 번 훑어보고, 미심쩍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기록에 편철된 주민등록등본에는 노부모와 미혼 남매로 구성된 가정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떤 ‘신생아’가 출생신고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고민에 빠졌다. ‘(주민등록등본에 등재된) 저 아이는 누구의 아이란 말인가.’ 내 상식 안에서 온갖 경우의 수를 다 동원해 봐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결국 제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담당 경찰관에게 ‘주민등록등본에 등재된 신생아는 도대체 누구의 아이인지, 피의자들이 잠시 돌봐준 아이의 부모는 누구인지’ 등을 추가 수사 지휘했다.

재수사 결과는 당혹스러웠다. 피의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국 각지에서 신생아 5명을 매수한 사실이 확인되었고, 더 놀라운 것은 그 중 어떤 신생아들은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예방접종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키워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친모들이 아기들을 매도한 사정을 들어보니, 뜻하지 않게 생긴 아기를 키울 여력이 되지 않자 인터넷을 통해 피의자들에게 아기를 매도한 것이었다. 그 사정이 참 딱하면서도, 산부인과에서부터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엄마에 의해 팔려 간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했다.

결국 신생아들을 매수한 주범은 구속되고 관련자들이 모두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다. 수사 외에도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았다. 아이들의 출생신고가 모두 허위였기 때문에 수사대상인 친모의 모정에 호소하여 출생신고를 시키고, 아이들이 그동안 받지 못한 국가 필수 예방접종을 해주는 것이었다.

수사과정에서 새삼 아동학대 사건은 국가기관의 처벌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주역인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웃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 사건에서도 이웃의 제보가 없었다면, 그 아기들은 지금도 세상이 그 존재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 산하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의 울음소리, 비명, 신음소리가 계속되는 경우, 뚜렷한 이유 없이 지각이나 결석이 잦은 경우’ 등은 아동학대의 한 징후이므로 적극적인 신고를 독려하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 한 명을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으로 키워내는 것이 어렵다는 뜻임과 동시에 부모는 물론 주변 이웃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우리 동네 모든 아이를 내 아이처럼 소중한 존재라 여기고 관심과 사랑을 기울일 때 아동학대 범죄는 사라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