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요 통일의 길 제2부 탈북민에게 듣는 북한] 2.사랑과 전쟁
2017년 04월 10일(월) 00:00
북한 1등 배우자감, 男 ‘군당지도원’·女 ‘현대가재미’

지난 6일 평양에서 결혼식을 마친 한쌍의 부부가 하객들과 함께 5월1일(능라도) 경기장을 둘러 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70∼80년대 남한 사회와 닮았다. 가난했고, 독재가 횡횡했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모두. 술에 취해 사는 남편, 그 남편에게 매맞는 아내, 서울로 돈 벌러 간 누이…. 이는 개인·가정의 문제가 아니었다. 먹고 살기 힘든 사회경제적 모순 때문이었다. 북한도 지금 이같은 모순에 빠져있다.

◇돈 많고 똑똑하고 예뻐야 1등 신랑·신부감=북한에서는 결혼을 ‘붉은 혁명 가정의 탄생’이라고 한다. 이 때문인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배우자의 출신 성분이다. 토대를 보는 것이다. 신부 집안의 토대가 나쁘면 신랑이 승진하는데 지장을 받는다. 그래서 끼리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중매결혼이 많은 이유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연애결혼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광주에 거주하는 탈북민 김영남씨는 “북한에서도 (연애) 할 것은 다 한다. 다만 드러내놓고 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낮에 손잡고 다니거나 포옹하거나 키스하지는 않지만, 어두워지면 다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가족법에는 남자 18세, 여자 17세가 되면 자기의사에 따라 결혼할 수 있다. 남한 20세보다 더 빠르다. 그러다보니 북한에서는 여자 나이 25세 이상이면 노처녀다. 남자는 27∼28세를 결혼적령기라고 한다. 북한도 갈수록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대학과 군대 때문이단다. 그래도 여자는 30살 이전, 남자는 30대 초반을 넘기지 않으려고 한단다.

북한에서 1등 신랑감은 ‘군당지도원’과 ‘열대메기’다. ‘군당지도원’에서 ‘군’은 군 제대, ‘당’은 당원, ‘지’는 지식, ‘도’는 도시거주, ‘원’ 돈을 말한다. ‘열대메기’는 ‘열’은 열렬하게 사랑해 주는 사람, ‘대’는 대학을 졸업하고, ‘메’는 메다라는 말로 당증을 뜻하고, ‘기’ 전자제품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공통적으로 똑똑하고 재력이 있는 사람이다.

1등 신부감은 ‘현대가재미’다. ‘현금’이 많고, ‘대학’을 졸업했으며, ‘가풍’이 좋고, 재능있고, 아름다운 여성을 뜻한다. 예쁜데 머리도 좋고 집안도 좋고 돈도 많은 여자가 좋단다.

신부가 준비해야 할 혼수품으로 ‘5장6기’가 있다. ‘5장’은 옷장·이불장·찬장·신발장·책장을 말하고, ‘6기’는 텔레비전·세탁기·녹음기·냉동기·재봉기·선풍기를 말한다.

결혼식은 주로 소속 기관의 회의실, 마을의 공공회관, 신랑·신부의 가정집에서 이뤄진다. 결혼 시즌은 봄과 가을이다. 하지만 1월1일(설), 2월16일(김정일 생일), 4월15일(김일성 생일), 9월9일(국경절), 10월10일(노동당 창건일)에는 결혼식을 올릴 수 없다. 북한 최대 명절로 결혼식과 같은 개인행사는 금지되어 있다.

북한에는 신혼여행이 없다. 보통 결혼을 하면 신랑집에서 3일간 지내고, 친정으로 가는 게 신혼여행이다. 이를 ‘첫나들이’라고 부른다. 첫날밤을 보낸 며느리는 다음날 아침 밥상을 차리는 게 풍습이라고 한다.

탈북 남성들은 대체로 북한 여성이 남한 여성보다 착하다고 말한다. 목포에 사는 탈북민 마진우씨는 그 이유를 “북한 여성은 봉인돼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감춰져 있어 때묻지 않았다’는 뜻일 게다.

◇북한 부부 이혼사유 1위는?=북한은 이혼이 쉽지 않다.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바람을 피우거나 불륜으로도 이혼은 쉽지 않다.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이혼 사유 1위는 ‘불임’이라고 한다. 불임은 증명이 쉽다. 진단서만 발급받으면 된다. 진단서가 합리적인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바람을 피우거나 불륜에는 진단서가 없다. 이런 이유로 상담하면 ‘부부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며 참고 살으라고 한단다. 이는 뿌리 깊은 가부장제도와 괘를 같이 한다.

부부싸움 1순위로는 ‘경제적 이유’가 꼽힌다. ‘고난의 행군’이 부부싸움을 더욱 부추겼다. 배급이 끊기자 남성은 무능력해졌고, 가장의 지위는 곤두박질쳤다.

북한 사람은 생명이 2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육체적 생명’과 당과 수령으로부터 부여받은 ‘정치적 생명’이다. 육체적 생명보다는 정치적 생명이 더 중요하다. 자식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탓에 남자는 아무런 보수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직장에 나가야 한다.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육체적 생명은 결국 아내 몫이 됐다. 결국 아내는 장마당으로 내몰렸다. 장마당 활동은 오히려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여줬다. 배급이 끊긴 남편은 무능했고, 장사를 하는 아내는 유능했다. 남편은 술독에 빠졌다. 술에 취하면 폭력적으로 변했다. 가정폭력이 일상이 됐다.

인민학교 교사 출신의 탈북여성 안수진씨는 “북한에는 뿌리 깊은 가부장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모든 집안일은 여성의 몫이라고 했다. 아이들조차 돌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같은 부당함에도 대부분의 북한 여성들이 참고 사는 건 가정의 평화를 지키고 싶어서라고 했다.

북한에는 합의 이혼이 없다. 오로지 재판에 의한 이혼만 가능하다.

북한의 이혼 사유를 살펴보면 ‘출신성분이 나쁜 것으로 판명’이 29%로 가장 많다. 이어 ‘신념·가치관(당성)의 불일치’가 21%다. ‘바람을 피울때’(19%), ‘애정·성관계 불만족’(11%), ‘폭력을 쓸때’(10%), ‘자녀가 없을 때’(9%)가 뒤를 이었다. 개인적 사유보다는 신념이나 출신 성분 등의 문제로 이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상대의 부정이나 가족 학대, 성분의 문제 반혁명성으로 인한 사유는 쉽게 이혼 판결이 내려지지만 고부간의 갈등 문제 등 가족 문제 사유는 이혼 판결이 거의 내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이혼율 급증의 이유가 ‘탈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북한에 가족이 있는 탈북자는 대부분 탈북하기 전에 이혼부터 한다는 것이다. 가족의 연대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혼이 쉽지 않으니 불임이나 외도 등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고 했다.

/박정욱기자 jw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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