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오 광주지검 순천지청 형사3부장검사]타이거즈를 응원하며
2017년 06월 12일(월) 00:00 가가
“타이거즈 지고 있지?” 식사 시간에 만난 동료는 내 표정만 봐도 프로야구 구단 타이거즈의 그날 성적을 알 수 있다며 웃는다.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타이거즈가 이기고 있을 때는 왠지 즐겁고, 그날은 보람있게 보낸 것 같고, 또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반대로, 타이거즈가 진 날은 까닭 없이 우울하고, 뭔가 나쁜 일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니 동료들은 내 표정만 봐도 그날 타이거즈의 성적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필자는 타이거즈 구단이나 그 모기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말이다.
타이거즈는 필자가 중학교에 입학한 해인 1982년에 창단된 프로야구 구단으로, 창단 첫해에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김봉연 선수가 원년 홈런왕에 올랐고, 김성한 선수는 투타를 겸업하면서 10승 투수와 타점왕을 모두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금까지 10회 우승해 최다 우승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일단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기만 하면 한 번도 우승을 놓친 적이 없는 명문 구단이기도 하다.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노히트 노런은 타이거즈의 방수원 선수가 1984년에 기록했고, 최초의 3타자 연속홈런은 타이거즈의 김준환·백인호·박철우 선수가 1989년에 기록했다. 이강철 선수의 10년 연속 10승 이상 승리투수와 이대진 선수의 10타자 연속 삼진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직업이 검사인 필자는 왜 이런 걸 알고 있는 걸까?
필자는 TV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지만 가끔 TV를 켜놓고 잠들었다가 드라마 대사를 들으며 잠에서 깨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TV 드라마에는 왜 그리 검사가 자주 등장하는지 의아스러울 때가 있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많은 중요한 직업 중에 하필 검사가 TV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뭘까? 중요한 것은 TV 드라마에 나오는 검사와 현실의 검사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외모부터…. 필자를 만나보면 바로 이해될 것이다.
최근들어 타이거즈는 팬들에게 많은 행복을 선사하고 있다. 꼭 팀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끈기있게 최선을 다하고, 중요한 순간마다 집중력을 발휘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팬들을 감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통계상으로 보자면 6월초 현재 타이거즈의 팀타율은 2할8푼4리로 전체 4위지만 득점권 타율은 3할9리로 전체 1위이고, 특히 만루에서는 4할5푼5리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이다’ 같은 경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타이거즈가 이렇게 강해지기까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얼마나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뎌냈을까. 특히 5월28일 경기에서 보여준 만 20세 최원준 선수의 연장 11회 끝내기 만루홈런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감동적이고 극적이었다. 그날 최원준은 8번 타자로 출장했는데, 상대팀이 7번 타자 김선빈에게 고의사구를 내주며 최원준과 승부하는 작전을 펼쳐서, 4회·7회·9회·11회 등 그날만 총 4번의 2사 만루 상황을 맞이한다.
만 20세의 젊은 타자가 상대팀의 고의사구 작전에 따라 2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면 그 심정이 어땠을까? 특히 4회·7회·9회 2사 만루에서 모두 안타를 치지 못해 상대팀의 작전대로 경기가 흘러간 상황에서 연장 11회에 다시 2사 만루의 상황을 맞이했다면? 아마 필자라면 그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평소 실력조차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최원준 선수는 연장 11회 2사 만루에서 보란 듯이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경기를 끝내버렸고, 상대의 고의사구 작전은 한마디로 ‘사람 잘못 본 작전’이 되고 말았다. 타이거즈 팬의 입장에서 그 만루홈런은 그 자체로 기적이고, 다시 경험하지 못할 카타르시스였다. 그날 타이거즈가, 그리고 최원준 선수가 팬들에게 선사한 기쁨의 가치를 과연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필자가 속한 검찰은 요즘 국민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고 있다. TV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만큼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음에도 기쁨은 커녕 스트레스만 안겨주는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한편으로는 검사 17년차 선배로서 이제 막 검찰에 들어온 젊은 후배들에게도 미안할 뿐이다.
공직자로서 국민에게 스트레스가 아닌 기쁨을 드리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해보았다. 필자가 검찰을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검찰인의 한사람으로서 내린 결론은 역시 검찰이 담당하는 가장 기본적인 업무를 가장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타이거즈처럼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검찰청을 찾은 단 한분이라도 만족하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이 글을 쓰는 동안 버나디나 선수가 5회에 이어 6회에도 홈런을 쳤다. 타이거즈 팬이라서 참 행복하다.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노히트 노런은 타이거즈의 방수원 선수가 1984년에 기록했고, 최초의 3타자 연속홈런은 타이거즈의 김준환·백인호·박철우 선수가 1989년에 기록했다. 이강철 선수의 10년 연속 10승 이상 승리투수와 이대진 선수의 10타자 연속 삼진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직업이 검사인 필자는 왜 이런 걸 알고 있는 걸까?
타이거즈가 이렇게 강해지기까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얼마나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뎌냈을까. 특히 5월28일 경기에서 보여준 만 20세 최원준 선수의 연장 11회 끝내기 만루홈런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감동적이고 극적이었다. 그날 최원준은 8번 타자로 출장했는데, 상대팀이 7번 타자 김선빈에게 고의사구를 내주며 최원준과 승부하는 작전을 펼쳐서, 4회·7회·9회·11회 등 그날만 총 4번의 2사 만루 상황을 맞이한다.
만 20세의 젊은 타자가 상대팀의 고의사구 작전에 따라 2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면 그 심정이 어땠을까? 특히 4회·7회·9회 2사 만루에서 모두 안타를 치지 못해 상대팀의 작전대로 경기가 흘러간 상황에서 연장 11회에 다시 2사 만루의 상황을 맞이했다면? 아마 필자라면 그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평소 실력조차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최원준 선수는 연장 11회 2사 만루에서 보란 듯이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경기를 끝내버렸고, 상대의 고의사구 작전은 한마디로 ‘사람 잘못 본 작전’이 되고 말았다. 타이거즈 팬의 입장에서 그 만루홈런은 그 자체로 기적이고, 다시 경험하지 못할 카타르시스였다. 그날 타이거즈가, 그리고 최원준 선수가 팬들에게 선사한 기쁨의 가치를 과연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필자가 속한 검찰은 요즘 국민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고 있다. TV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만큼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음에도 기쁨은 커녕 스트레스만 안겨주는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한편으로는 검사 17년차 선배로서 이제 막 검찰에 들어온 젊은 후배들에게도 미안할 뿐이다.
공직자로서 국민에게 스트레스가 아닌 기쁨을 드리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해보았다. 필자가 검찰을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검찰인의 한사람으로서 내린 결론은 역시 검찰이 담당하는 가장 기본적인 업무를 가장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타이거즈처럼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검찰청을 찾은 단 한분이라도 만족하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이 글을 쓰는 동안 버나디나 선수가 5회에 이어 6회에도 홈런을 쳤다. 타이거즈 팬이라서 참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