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여자는 아이 만날 자격이 없어요. 아이가 엄마를 만나고 오면 종일 울면서 엄마를 찾고 불안해해요. 아이가 좀 더 크고 나서 만나면 안 될까요?”

이혼 소송을 하면서 4세 자녀를 양육 중인 한 아빠의 하소연이다. 엄마의 부정행위가 발각되자 아빠가 아이를 데려가 본가에서 양육하고 있다. 주양육자이던 엄마는 아빠의 방해로 아이를 보지 못하다가 가정법원의 사전처분 결정으로 세 달 만에 아이를 만났던 사례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엄마는 자녀를 면접교섭할 수 없을까? 아이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더 클 때까지 엄마를 만나지 않는 것이 맞을까?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Child) 제9조는 아동은 그의 의사에 반해 부모로부터 분리되지 않도록 보장돼야 하며 부모로부터 분리된 아동이 정기적으로 부모와 면접교섭을 가진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민법 제837조의 2는 “자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의 일방과 자는 상호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본래 부모의 면접교섭권만이 규정돼 있다가 2007년 자녀의 면접교섭권을 명시하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따라서 위 사례의 경우 유책배우자이더라도 엄마는 자녀를 면접교섭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엄마와 헤어지기를 힘들어하는 자녀는 지금부터 엄마와 꾸준히 면접교섭을 하며 현상황에 적응해가야 한다.

아이가 엄마와 만나지 못한다면 아이는 애착 형성의 중요한 시기에 애착 대상과 단절돼 큰 상실감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오해하고 엄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미움으로 바꿔 엄마를 원망하고 살아갈 수도 있다. 면접교섭의 단절로 어린 시절엔 엄마를 만나지 못하다가 부모로부터 서서히 독립해가는 시기인 청소년기가 돼서야 엄마를 만난다면 그 아이는 과연 엄마와 잘 소통할 수 있을까?

이혼과정에서 자녀와 상대방의 면접교섭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대부분 상대방에 대한 미움이나 복수심에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해서, 상대방과 영원히 관계를 단절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행동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이기적인 생각이다. 자신의 분노감정에 사로잡혀 부모의 다툼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자녀를 배려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혼 이후 자녀가 부모 모두와 만날 수 있는 권리는 보장돼야 하고 부모는 그러한 자녀의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의무가 있다.

부모의 이혼에 자녀는 아무런 책임이 없지만 이혼 과정, 이혼 이후의 상황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자녀이기 때문이다. 양육자는 면접교섭에 적극 참여하고 자녀에게 비양육자에 대한 험담을 하지 않아야 한다. 비양육자는 면접교섭 일정을 잘 지키고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에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며 양육비를 잘 지급해야 한다.

이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별거를 시작하면 면접교섭 일정과 양육비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이혼 과정에 있어 자녀의 상처를 최소화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협의가 잘 되지 않는다면 ‘사전처분’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사전처분’제도는 이혼 소송이 계속 중인 경우 법원이 면접교섭과 양육비에 관하여 임시로 정해주는 제도다.

또한 광주가정법원에 설치된 ‘면접교섭 센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주로 부부간의 갈등이 심하거나 장기간의 별거로 자녀가 비양육자를 낯설어하는 경우에 위 센터에서 적절한 상담을 받고 한 달에 1∼2회가량 면접교섭을 할 수 있다.

이혼 절차 초기에 양육비와 면접교섭에 관해 적절히 정해지면 자녀의 복리개선에 도움이 되고 부부 사이에 자녀 양육과 관련된 갈등이 줄어들어 건강한 이혼에도 도움이 된다.

이혼을 하면 부부는 남이 된다. 그러나 이혼을 하더라도 부모는 혼인 중과 마찬가지로 한 아이의 부모이고 양육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갖는다. 우리 사회에 이혼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혼 이후 부모와 단절되는 아이들이 줄어들기를, 이혼 이후에도 부모 모두의 사랑을 충분히 받는 아이들이 늘어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