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바다를 끼고 있는 고흥군 도덕면 오마리에 자리한 물김 가공업체 ‘하나수산’과 자반 가공업체 ‘(주)창출푸드’는 지난해 매출 120억원을 기록한 지역 대표 수산물가공업체다.

두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나영(여·43) 대표는 “단순히 생산량 확보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닌 유통과 품질향상을 위해 과감히 투자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20대 때 면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로 통계 작성업무를 맡으며 수산업, 특히 물김 분야에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지난 2003년 물김중매인에 뛰어들었다.

“입찰을 하면 적어내는 대로 낙찰 받곤 했어요. 여자로서 촉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통계 쪽 일을 한 경험이 있어 입찰 금액을 예상하기 쉬웠죠.”

직접 김 양식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수산업경영인 어업인후계자에 신청하기 위해 전라남도해양수산과학원 고흥지소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김 양식은 여자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거부당해 1년이 넘는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고 끝내 2003년 선정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양식장 운영과 물김중매인 일을 동시에 하면서 본인이 다른 생산자들의 김을 구입해서 가공업체를 운영해보자고 생각하고 2006년 하나수산을 설립한다.

중매인을 하며 쌓은 인맥과 신뢰 덕에 설립 초기 (주)풀무원 마른 김 가공업체에 지정될 수 있었지만 예상보다 품질이 안 나왔다. 또 물량에 비해 공장 규모도 컸다. 초기 연간 매출은 5억원에 불과했다. 지금은 60만속을 풀무원에 납품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8만속이었다. 납품하고 남은 물량은 직접 서울 가락동시장 등에 가져가 팔곤 했다.

풀무원 김 사업이 호황을 맞으며 이 대표도 함께 성장했다. 공장을 처음부터 크게 지은 것도 새옹지마가 됐다. 지금은 풀무원 물량을 다 못 댈 정도다.

영역을 더 확장해 2008년에는 (주)창출푸드를 세웠다. (주)창출푸드 역시 (주)풀무원 지정 자반 가공업체다.

김을 가공할 때의 최대 관건은 어떻게 하면 이물질을 줄일 수 있느냐다. 지금까지는 일일이 사람이 눈으로 보고 손으로 골라내는 방식이었지만, 지난 2007년 일본 등 선진지 견학을 하던 중 이 대표의 눈에 원심분리형 이물질 선별기가 들어오게 된다. 인력을 투입한 것에 비해 보다 신속하고 정확했다. 이 대표는 상당한 금액을 투자해 선별기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면서 동시에 풀무원을 비롯한 거래처를 설득한 끝에 납품단가도 올렸다.

또 외부 원격조종 소프트웨어도 자체 개발했다. 스마트 폰으로 내부 온도 조절은 물론 CCTV를 통해 김 생산 전반적인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자동원심탈수기도 최초로 도입했다. 기존에는 거대 탈수기에 사람이 김을 넣는 방식으로, 작업과정이 길어 이물질이 혼입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고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대표는 국내 만두제조공장에서 삶은 숙주나물을 짤 때 사용하는 기계를 김에 맞게 개조했다.

품질이 올라가니 중국 진출도 할 수 있었다. 지난 2012년에는 해조산업 선진화와 신제품 개발로 수출시장을 개척한 공로로 ‘농림수산식품부 신지식인’으로 지정됐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은 이 대표는 2년 전부터 흰다리새우 양식장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김 가공업이 잘되고 있지만 만약을 위한 대비다.

하나수산은 청정원 브랜드로 유명한 대상과도 계약을 하며 올해 매출은 약 12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고 공장 설비를 늘리지는 않을 방침이다.

귀어를 결심하고 있는 후배 어업인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수산업에 관심이 있으면 바지락부터 캐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바닥부터 차근차근 경험해봐야죠. 저 또한 시댁 김 양식장과 물김중매인이 큰 도움이 됐어요. 또 돈에 욕심을 부리면 안 됩니다. 순이익이 적든 많든 납품 신뢰를 꼭 지켜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투자를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투자에 망설이면 기회는 사라지기 때문이죠.”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