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섬으로 떠난다. 20분 넘게 배를 타 보는 건 얼마 만인가.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 승선 후, 배가 출발하기 전 주위 풍광을 둘러본다. 1.5km 길이의 국내 최초 해양 케이블카는 부지런히 사람을 실어나르고 멀리 돌산대교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드디어 출발. 며칠 째 35도를 넘나드는 더위에 지친 우리에게 바다는 시원한 바람을 선사했다. 후텁지근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마치 가을바람 같은 선선한 바람 덕에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다. 편안히 쉴 수 있는 선실 대신, 갑판에 나와 앉은 이들의 얼굴에선 여유로움이 넘친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몸과 마음을 맡긴 후 50여분을 달리니 멀리 선착장이 보인다.

오늘의 목적지는 여수시 화정면 개도 신흥마을. 주위의 작은 섬들을 거느린다는 뜻으로 ‘개(蓋)’자를 써 ‘개도’라 불리는 섬이다. 또 마을 뒷쪽에 봉화산(338m)과 천제봉(335m)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두 귀처럼 보여 개도라 부른다는 설도 있다. 개도 북쪽에는 여수반도, 북동쪽엔 돌산도, 남동쪽엔 금오도가 자리하고 있으며 면적은 8.7km, 해안선 길이는 25.5km다. 51가구 80여명이 살고 있는 신흥마을은 개도에서 두번째로 큰 마을이다.

배에서 내리자 가장 먼저 우릴 반긴 건 선착장 매표소 옆 담벼락에 그려진 소박한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 벽화다. 남도 끝자락 ‘섬마을’의 어린왕자라. 머리 속에 남아 있는 어린왕자와 썩 닮지는 않은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마을로 접어드는 길엔 벌써 코스모스가 피었다. 마을회관 앞 정자는 명당자리다. 시원한 바람이 여름을 잊게 만든다. 동네 사랑방 구실을 하는 정자에선 어르신들 20여명이 앉아 세상사는 이야기 나누며 음식을 나눠 드시는 중이다.

가족같은 마을이다, 어른들을 공경한다. 말린 우럭이랑 미역이 맛있다며 동네 자랑 하기 바쁜 어르신들이 이구동성 소개한 곳이 있다. ‘청석포’다. 동네 사람들 학창시절 봄·가을 소풍을 다니던 곳이란다. 봄이면 진달래 따다 화전놀이 다니던 곳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곧장 청석포로 향했다. 등산로를 오른쪽으로 끼고 오분 정도 움직이니 멀리 푸른 바다가 보인다. 작렬하는 햇살을 받은 바닷물은 눈부시다. 맨들맨들한 몽돌이 일품인 해변인데 태풍으로 다른 돌이 섞여들어와 조금은 아쉽다. 안내를 맡은 어촌 계장의 말에 따르면 날이 맑을 때면 멀리 초도와 제주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오른쪽 울창한 소나무숲 사이로는 최근 개도의 명물이 된 둘레길이 보인다.

‘개도 사람길’은 지난해말 1∼2코스가 완성됐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입소문’이나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코스는 화산 신항구-여석 전망대-모전을 걷는 4km 구간으로 1시간 15분정도가 소요된다. 2코스(1시간 15분 소요)는 모전-솔머리-청석포에 이르는 4.2km 구간이다. 현재 3코스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며 앞으로 4코스도 개발될 예정이다.

개도의 명물은 어촌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해상 펜션이다. 마을 이장의 작은 배를 타고 바다 위 펜션을 찾았다.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둔 외관이 인상적인 펜션은 꽤 넓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바깥 계단을 타고 펜션 건물 위로 올라가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바닷 물결에 살랑살랑 움직이는 흐름에 몸을 맡기니 상념이 날아간다. 펜션 주위의 공간에선 낚시하기 그만이다. 의자를 내어놓고 독서하기도 딱 좋을 듯하다. 노을이 질 때면 근사한 풍경도 보일 터다. 펜션은 모두 3채로 한 채당 최대 15명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이용 가격은 10만∼15만원 선이다.

신흥마을 특산물은 연간 4억원어치를 생산하는 참전복이다. 적정한 수온과 함께 철 따라 갈파래, 모자반, 미역, 다시마 등 다양한 먹이를 먹고 자라는 개도산 전복은 육질이 다르고 오도독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살아있는 고기를 말리는 반건조 우럭과 참돔도 인기가 많고 비렁에서 큰 파도를 맞고 자라는 미역은 국을 끓이면 깊이가 남다르다. KBS ‘1박2일’에 등장한 이연복 셰프가 감탄한 개도 막걸리도 명물이다. 특산품 구매와 펜션 예약은 어촌계장 휴대폰(010-3621-8943)으로 예약하면 된다.

대표 즐길거리는 역시 바다 낚시다. 가파른 경사와 기암절벽 경관 등 갯바위 낚시 조건을 고루 갖춘 인기 스폿이 많아 1년이면 5000명 정도가 찾는다. 겨울에는 감성돔이 제일이고 요즘같은 여름엔 도다리, 우럭, 짱뚱어 등이 많이 잡힌다.

대표 특산물인 전복따기 체험은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다. 1만원을 내면 전복 한마리씩을 직접 딸 수 있다. 또 문어와 게, 바지락 등을 잡는 통발체험(1만원)도 인기다. 지역에서 많이 나는 방풍나물 체험(1만원)도 해볼만하다. 밭주인과 함께 방풍나물을 직접 따서 장아찌까지 담궈보는 체험이다.

돌아가는 배편은 여수 여객선터미널 대신, 백야도 선착장으로 잡았다. 소요 시간은 30분 정도다. 신흥마을은 아직 많은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숨어있는 보석같은 공간이다. 여유롭게 머물며 행복한 ‘섬마을 추억’을 만들어도 좋을 것같다.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찾아 오시는 길

▶ 승용차

호남고속도로→신대교차로‘여수, 목포’방면→해룡교차로‘여수세계박람회장, 여수, 율촌’방면→교동사거리‘돌산대교, 여객선터미널’방면→여수 연안여객선터미널

▶ 고속버스

센트럴시티터미널→여수종합버스터미널→여수시내버스 88, 82, 80, 999번 ‘중앙시장 정류장’하차(20∼25분 소요)→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도보3분)

▶ 열차

서울역, 용산역, 영등포역→여수엑스포역→여수시내버스 2, 6, 7번 ‘중앙시장 정류장’하차(20∼25분 소요)→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도보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