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희 변호사] 알아 두면 쓸데 있는 망자의 재산 정리법
2017년 09월 11일(월) 00:00
#1. A씨는 2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빚 때문에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갈 상황이다. A씨의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유산보다 더 많은 채무를 남겨놓고 돌아가셨는데, A씨는 아버지 사망 당시 아버지의 재산상태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상속을 단순 승인을 해 아버지의 채무를 고스란히 상속하게 된 것이다.

#2. B씨는 최근 미혼인 동생이 산재 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모 대출회사로부터 동생이 빌린 돈을 대신 갚으라는 소장을 받았으며, 산재 보험금을 상속받은 것 조차 포기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데 동생의 채무 등 재산 현황을 알 길이 없어 답답해 하고 있다.

#3. C씨는 부친 사망후 바로 법원에 한정승인을 신청해 허가를 받긴 했지만, 이후 아버지가 남긴 유산으로 빚을 청산하는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 C씨는 부친의 채권자에게 자신이 한정승인한 사실을 알리고 채권액을 알려달라는 공고를 해야 했다. 이후 채권액이 정해지면 배당액을 정하고 변제를 했다. 유산을 경매로 밖에 처분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마음대로 빚을 갚을 수도 없었다.

#4. D씨는 갑에게 빌려준 5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뒤늦게 갑이 이미 사망한 사실을 알고 1순위 상속인인 갑의 자녀들을 찾아 이들을 상대로 소송 수계 신청을 했다. 그러자 갑의 자녀들, 다음 순위 상속인인 갑의 형제들은 상속을 포기했다. D씨는 일일이 가족관계등록부를 통한 확인 작업을 거쳐서 다음 후순위 상속자를 찾는데 무려 1년의 시간을 허비하다가, 결국 5000만원을 포기했다.



A씨, B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상속인들이 망자의 재산을 조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부 3.0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제도’가 있다. 상속을 위한 사망자의 재산 처분 등 후속처리를 위해 6종(지방세, 자동차, 토지 국세, 은행·보험 등 금융거래, 국민연금 등)의 재산조회를 한번의 통합 신청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상속인들은 신분증 등 증명서류를 가지고 전국의 시·군·구, 읍·면·동을 방문하여 정부 3.0 안심상속 서비스 신청서를 제출하면 7∼20일 이내에 문자 등으로 재산조회 결과를 통보를 받을 수 있다.

또 C씨와 D씨의 경우 상속인들은 망자의 사망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망자의 재산과 채무를 모두 승계하는 상속의 ‘단순 승인’을 할 것이지, 아니면 망자의 재산과 채무를 전혀 승계하지 아니하는 ‘상속 포기’를 할 것인지, 아니면 망자의 재산의 한도에서 망자의 채무를 승계하는 ‘한정 승인’을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망자가 채무 초과 상태인 것을 확인한 상속인들은 상속 포기를 하면 다음 순위 상속인들이 망자의 채무를 상속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흔히 한정 승인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법원으로부터 한정 승인 결정을 받더라도 C씨처럼 복잡한 청산 과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때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상속재산 파산제도’다.

상속인과 상속채권자는 물론 유증을 받은 자와 유언집행자도 ‘상속재산 파산’을 신청할 수 있는데, 특히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과 상속채권자에게 가장 유용하다. 가정법원으로부터 한정 승인을 받은 상속인이 관할 회생법원에 상속재산 파산을 추가로 신청하면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빚 변제를 대신 해준다. 따라서 채권자들에 대한 공고와 최고 의무도 없고, 만에 하나 채무를 잘못 변제할 경우 져야 할 손해배상 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상속인이 한정 승인을 하지 않고도 관할 회생법원에 상속재산 파산 신청을 하고 법원이 파산 선고를 하면 자동으로 한정 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만약 파산 신청이 기각이 되고 상속 개시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고인이 남긴 빚 모두를 상속하겠다는 단순 승인을 한 것으로 되기 때문에 먼저 가정법원에 한정 승인을 신청한 다음 상속재산 파산을 신청하는 것이 안전하다.

채권자들도 이 제도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막연히 상속을 단순 승인하거나 고인의 빚이 유산보다 많을까 두려워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상속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신중한 조치가 필요하다.

먼저 ‘정부 3.0 안심상속 제도’를 이용하여 망인의 재산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 결과 망자가 채무 초과 상태로 확인되면 ‘한정 승인’과 ‘상속재산 파산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자신뿐만 아니라 후순위 상속인들인 다른 가족들의 수고와 채권자들과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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